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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밧드 May 20. 2024

쌍경

제1화 문턱에서

한 달쯤 전에 쌍전이라는 책을 읽었다. 쌍전이란 삼국지와 수호지를 말하는데, 저자인 류짜이푸는 두 책을 혹독하게 그러나 설득력 있게 비판한다. "가치관의 측면에서 지적하자면 이 두 걸작은 '대재난의 책'이다. 한편으로는 폭력을 숭배하고, 또 한편으로는 권모술수를 숭배하는 두 책은 500여 년간 중국 사회에서 사람들의 마음에 가장 크게, 그리고 가장 광범위하게 해악을 끼쳤다."


여기에서 힌트를 얻었다. 저자의 논지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다가 불현듯 Bible, 즉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이 떠올랐다.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폭력은 쌍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심각하다. 노아 때의 대홍수,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 여호수아의 대학살 등을 생각해 보라. 나는 어떤 책에서도 그 정도 수준의 폭력을 본 적이 없다. 더구나 그것은 신의 의지 또는 신의 명령으로 일어난 폭력이다. 


홀로코스트라고 불리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 백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저지른 인디언 대학살 등이 구약성경의 폭력 행위를 모방한 것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쌍전은 500여 년간 동양인들에게 영향을 끼쳤지만, 구약성경은 2,000여 년간 인류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쳐 왔다. 그렇다면 신약성경은 어떤가? 신약성경은 대부분 예수의 말씀과 행적이기에, 거기에는 폭력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신약성경은 당시뿐만 아니라 미래의 어느 시점에 있을 폭력에 대하여 말한다. 폭력의 강도도 구약성경 못지않다.


<쌍경>이라는 글로 들어가는 문턱에서 몇 가지를 전제한다.

1. 쌍경이란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을 말한다.

2. 쌍경의 저자가 신인지 사람인지, 유대교나 기독교 신앙이 진실인지 거짓인지의 여부는 문제 삼지 않는다.

3. 쌍경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이 실제로 있었던 것인지 아닌지의 여부도 문제 삼지 않는다.


쌍경이 인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글은 우리가 놓치고 지나간 것들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쌍경은 그것이 거룩한 책 또는 경전이라는 이유로 그것에 담긴 내용을 긍정적이고 옳은 것으로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인종 청소 수준의 대학살을 '네 이웃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는 계명 정도로 생각할 수는 없다.


다음 글부터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쓸 것이다. 재밌을 거란 말이다.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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