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말초 Apr 16. 2024

호밀밭의 파수꾼

‘제목은 아는데, 읽어보진 않았어.’ 하는 책들 중 하나. 손이 갈 것 같은데 가지 않는 책을 이번 기회에 읽어봐야겠다 싶어 추천했다. 읽는 내내 생각했다. 홀든은 어떤 아이일까. 어디까지 말할까. 어디까지 생각할까 관찰했다. 이입에서 관찰로 그리고 다시 이입으로 반복을 이루었다.

내가 느낀 ‘호밀밭의 파수꾼’ 은 모순과 그리움의 이야기다. 그래서 곧 우리의 이야기다. 홀든은 너무나도 많은 말을 하고 싶어 하는 동시에 아무 말도 하지 않길 원한다. 당신이 정말 보고 싶지만, 전화를 걸고 싶지는 않다. 지나가는 사람을 전부 싫어하지만, 모두를 섬세히 바라본다. 그리고 이야기의 처음과 끝에서 모두 그리움을 이야기한다. 때로는 너무 바라기에 바라지 않는 마음이 있다. 그 마음을 어찌할 줄 몰라 이리저리 걷고 생각하는 소년의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익숙하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홀든처럼 일기장에 많은 것을 나열했다. 그처럼 솔직하진 못했다. 쓰다 보니 아니에르노의 문장이 떠올랐다. 인생에는 수많은 비밀들이 있고 글쓰기는 그 주위를 맴돌아요. 홀든의 글쓰기는 비밀 주위를 맴돌다가 비밀에 들어갔고 나의 글쓰기는 여전히 비밀 주위를 맴돈다. 그러다 간혹 비밀을 마주한다. 그 비밀은 나도 몰랐던 비밀일 때도 있다.

월요일 연재
이전 08화 안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