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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ekja Dec 27. 2024

우리 동네는 좋은 곳이야

<나의 독산동>



 우리 모두는 집에 삽니다. 그리고 그 집은 어딘가의 마을에 속해있기 마련입니다. 그 마을은 내 마음에 들 수도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무척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요?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을 내가 아니라 다른 마을에 살고 있으면서 제대로 이 마을을 보지도 않고 이런 평가를 내리는 겁니다. 자기 자신만의 주관과 잣대로요. 아무리 자신의 마을이 맘에 안 들어도 화가 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마치 ‘내가 사는 곳이니까 나만 욕할 거야!’ 같은 느낌일 겁니다.


 한 아이가 있습니다. 가정과 동네의 사랑을 듬뿍 받고 동네 친구들과 즐거움을 쌓아가는 아이에게 최고는 자기 집과 주변을 둘러싼 동네입니다. 이 동네에는 공장이 참 많습니다. 동네에서 떨어진 학교에서는 공장이 모인 동네를 살기 어려운 곳이라고 가르칩니다. 시끄럽다는 이유로요. 이해할 수 없는 아이는 시험문제를 틀리고 맙니다. 하지만, 그 아이에게 확신과 뚜렷한 주관이 있습니다. 이 동네가 좋은 동네라는 그 생각이 변하지 않습니다. 굴러다니는 공짜 장난감을 얻을 수 있고, 공장 주변에서 부모님이나 친구 부모님들이 가끔 나와 자신을 챙겨주는 이 동네가 무척 좋습니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따스해집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가슴이 따스해집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이 서늘해지기도 합니다. 이 책을 친구들에게 보여줬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멋진 도심에서 살기를 원하는 친구들은 이런 곳에서 살기 싫다고 말하고, 아이의 시점에서 봤으니 그럴 거다. 크면 다 싫어질 거다. 이런 식으로 말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개인의 선택을 중요시하기에 학교에서 저렇게 가르치는 것에는 다 반대하겠지만요. 저 또한 이 책의 동네를 온전히 좋다고 말하기에는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이 떠오릅니다.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수한 아이의 생각은 어른들이 바라보는 공간의 모습과는 전혀 다릅니다. 돈과 이익 관계, 더 잘 나간다고 말하기 위한, 사회의 이른바 성공이라는 것의 공간은 아이가 사는 공간과 거리가 멉니다. 아이는 그런 것을 모릅니다. 순수하게 자신을 둘러싼 공간의 내포된 의미와 다른 공간과 대조했을 때 불편한 것들보다 자신이 직접적으로 바라보고 느낀 공간의 의미와 느낌만을 생각할 뿐입니다. 이런저런 것들을 재지 않을 수 있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함. 아이의 장점이자 오래도록 지켜주어야 할 생각이겠지요.


 요즘은 이런 생각을 아이들이 가질 수 있을지도 고민이 됩니다. 어른의 이기주의와 자본주의의 영악함이 가득 담긴 휴대폰과 컴퓨터의 가상 세계가 아이들의 놀이터고 집입니다. 분명 좋은 점도 많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가상 세계에 빠져 자신 주변의 공간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 자체를 뺏긴다는 부분에 있겠지요. 이는 현재 어른들에게도 나타나는 문제점입니다. 주변을 바라보는 시간은 놔둔 채 자기 삶에만 골몰하는 중이죠. 이는 사람을 더 곪게 만들고, 더 우울하게 만들며 사회와 완전히 유리되게 합니다. 


 아이가 살고 있는 곳은 우리가 흔히 달동네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언덕 위에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살고 있죠. 누군가의 관점 혹은 어떤 창을 통해서만 바라본 그곳은 사람이 살 곳이 못 된다고, 거기 사는 사람들은 모두 불행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몇몇은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몇몇은 그곳에서의 생활에 즐거움이 가득하다고 말할 겁니다. 함부로 잣대를 내밀어 구분해서는 안 되는 것이죠.


 이는 현재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상 세계에서 말하는 현실과 몇몇이 말하고 보여주는 이미지만을 가지고 공간을 재단하고 평가합니다. 이곳은 살기 좋은 곳이고, 이곳은 살기 나쁜 곳이라고. 그건 그냥 그 사람들의 말일 뿐이죠. 그리고 세상이 말하는 가치일 뿐입니다. 아이의 순수한 시선처럼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만족하면 그곳이 나의 최고의 집인 겁니다. 자신이 사는 동네는 정량적인 평가로 잴 수 있는 차가운 공간이 아니라 시간과 기억이 함께 쌓인 따뜻한 장소니까요. 찬바람이 몸으로 사무치는 겨울이지만, 오늘 자신 동네의 골목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가 마주하지 못했던 우리가 찾을 수 없었던 우리 동네의 더 좋은 점을 다른 관점에서 발견해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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