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타오 셔틀 기사님 , 잘 지내시나요?

또 다시 영어공부를 다짐하는 이유

by 피카타임

생각해 보니 엄마가 자주 그랬다.
동네에 혼자 사는 할아버지한테 명절 선물로 그랬고,
시골에 큰아빠한테 그랬고,
연탄집 아저씨가 무거운 짐을 날라다 줬을 때도 그랬다.
담배 한 보루는 엄마의 단골 선물이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항상 '외삼촌 같다'라는 게 엄마의 말이었다.
받는 사람들의 표정은 비슷했다.
그들은 분명 그 선물을 아주 좋아했다.

푸켓에 외딴 리조트의 셔틀 기사는 첫눈에도 인상이 선 해 보였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바로는 분명 셔틀이 운행되는 시간이 있었는데 손님이 없고 규모가 작다 보니 우리가 필요할 때마다 그 기사는 카운터로부터 호출을 당했다.
셋째 날 쯤 , 늘 미소로 우릴 대하고 필요한 말만 짧았던 그는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겨우 우리에게 영어로 말해줬다.
아... 나도 짧은 영어를 구사하기에 여행 중 상대가 영어를 모를 때가 오히려 항상 더 당혹스럽다.
우린 어떤 의사소통도 불가능하단 뜻이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 그는 우리를 한번 더 좀 떨어진 마을의 편의점에 데려다주었다.
난 그에게 담배를 한 보루 사주고 싶었다.
생각해보니 그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때로는 호의를 베푸는데도 예의에 어긋날까 고민해야 하는 경우들이 있다. 내 마음이 좋다고 무턱 댈 일이 아니라,
상대방의 문화와 상황과 마음까지 헤아려야 나의 호의가 비로소 호의답게 전해진다.

우선은 선호하는 담배를 물어야 했는데 의사소통이 안될 것이고, 그 상황이 어리둥절 할 것이고, 여행 내내 감사했던 내 마음을 모르고는 그냥 받기에 석연찮은 선물일 수도 있단 생각에 마음에 한가득 답답함만 안고 겨우 껌 , 사탕 등등 간식만 사고 말았다.
물론 팁을 두둑이 주긴 했으나 팁과 선물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관광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팁만큼 좋은 것도 없을 테지만 그들에게 팁은 당연하고 식상한 노동의 대가일 것이다.
우리가 급여를 받으며 감동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마음일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팁을 통해서는 손님의 진심 어린 감사가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그것에 보태어 담배를 한 보루 주고 싶다... 하는 맘을 속으로 삼키고는 결국 리조트를 떠났더니,

가는 길에 동생이 "언니, 기사 아저씨 꼭 외삼촌 같아." 한다.
그 말을 듣자 괜히 눈물이 핑 돌았다.
어린 시절 타인에 대한 엄마의 환대가 그리워서 인지,
기사님께 선물을 못한 아쉬움 때문인지,
같은 엄마품에서 함께 자란 자매애가 감동으로 다가온 건지 암튼 한 두 가지의 감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곤 난 그 하기 싫고 거짓말 같은 다짐을 또 했다.
영어를 배우자. 늘 실패하고 마는 그 일을.
난 푸켓을 갈 당시 그리 말했다. 한국인들에게 영어공부는 습관 같은 것이다, 영어능력을 반드시 증명해야 할 상황이 없는데도 늘 영어 공부가 말버릇이고 습관이다, 이 나이에는 시간낭비다 차라리 딴 공부나 더 하자.
호기롭게 '탈 영어공부'를 선언했는데,
돌아오는 길 후회와 절실함이 밀려왔다.
기사 아저씨가 영어를 몰랐어도 내가 영어를 알았더라면 기사 아저씨 손에 담배 한 보루를 주고 올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상대가 누구든 마음을 마음으로만 전하는 것은..., 미련하거나 안타까운 일이다.

언어를 배운다는 건 이 세상에 누군가와 마음을 나눌 기회가 더 많아진다는 뜻이다.
그 미련하거나 안타까운 일들을 조금은 줄여가며 살 수 있을 거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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