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래피와 그림으로 띄우는 100일간의 엽서 - 백 번째 엽서
머리가 복잡해서, 머리가 텅 비어서
쓸 것이 떠오르지 않던 아흔아홉의 밤이 지나고
이젠 난방도 필요없는 백번째의 밤이 왔다.
-작은탑 하나를 완성한 날
담원글 그림 글씨
첫 번째 엽서를 쓸 때는
아무 계획이 없었다.
마당의 고양이들을 떠나보내고
슬프고 애틋하고 미안한 감정이 가득해서
아이들의 뒷모습을 그려넣은 첫 엽서는
산길에서 발견한 작은 돌탑에 작은 돌조각을 올려두며
고양이들이 편안하길 바라는 기도를 담는 심정이었다.
허공에 둥둥 떠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음들,
갈팡질팡 중심을 잃은 생각들을 어찌해야 할 지 고민하다가
차라리 잘 갈무리 해보자는 생각으로 100일을 다짐했지만
중도포기하면 민망할 것 같아서, 슬그머니 시작한 작은 탑 쌓기.
솔직히 쉽지가 않더라.
‘꺼리’를 매일 찾아내기도 어렵고
간신히 붙든 꺼리도 쓰고 그리는 것이 맘과 달라서
완성도는 생각도 못하고 빚쟁이 같은 심정이었다. ㅎㅎ
언발에 오줌 누는 격으로 채워넣은 100장의 엽서이지만
나는 이 엽서들이 꽤 마음에 들기에
오늘 밤은 나놈에게 조금은 후한 칭찬을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