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컷 만화] Ep18. 딸의 탄생

엄마, 나 여기서 나왔어?

by 둥근해
엄마 인생 3년 차,
매일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소중한 일상, 그곳에서 얻는 행복과 배움을 공유합니다.

Ep18. 딸의 탄생


2021년 2월 18일.

예정일까지 나올 생각이 없던

우리 딸내미를.

유도분만으로 꺼내기로 했었다.


첫 출산.

그때의 순간,

병실 속 그 분위기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굴욕 3종세트라는

"관장, 제모, 내진"

이 모든 걸

아이를 만나기 위한 과정임을

계속 되뇌며

견뎌갔다.


유도제를 맞고

4시간 정도.

정말 미친 듯이 아팠다.

생리통으로 아픈 것도 싫어서

생리 전에. 미리 진통제를

챙겨 먹는 나였는데.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출산이 얼마 안 남았을 때

호흡법을 유튜브로 공부했는데

전혀 쓸모가 없었다

앞으로 갈길이 먼데

눈앞이 캄캄했다.


그러다

한줄기 빛과 같이 찾아온

무통주사.

오아.

이건 신세계인가.

정말.. 지금까지의 통증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진짜 무통이구나.

이건 누가 발명했나

이것도 노벨평화상 감이로구나.


유도제로 인해

자궁은 수축되고 있다는데

나는 정말

거짓말처럼 하나도 안 아팠다.

오예

나 약발 잘 받는 체질인가 보다!

가즈아. 할 수 있다!!!


그런데,

다소 작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우리 딸내미는

무통주사 후

심박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


어?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온전히 그 고통을

혼자서 견디고 있는

딸아이는

많이 힘들었던 듯하다.


의사 선생님께서

유도제 천천히 해서

내일 낳던지

아님 수술하자고 권유하셨다.


난 단 몇 분도

고민하지 않았다.


자연분만?

고집한 적 없었다


왜 미리 수술에 대해

얘기해주지 않고

유도분만으로 시도하셨는지

갑자기 억울함이 막 생기면서

당장 수술해 달라고 했다.


여기서 또

선택해야 할 것이 있었다.

어디까지 마취할 것이냐

나는 머리는 깨어 있고 싶다고 했다

아이 우는 소리 듣고

잠들어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차디찬 수술대 위에 덩그러니.

줄 하나만 풀면, 나체가 되는

그런 가운을 하나 덩그러니 입고

하얀 조명이 따갑게 비추는

수술대 위에

누웠다.


아이를 만나는 순간.

얼마 남지 않았다.


수술대로 들어간 지

15분 후,

아이를 꺼낸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들렸고


내 쇄골까지

아이의 발이 느껴지는

느낌을 받았다.

강력하게 낀 무언가를

빼는 느낌.

생각보다 무서웠다.


짧은 순간이였겠지만

내게는 한 시간 같은 시간이었다.

다음에 혹시라도 둘째를 낳게 되면

그냥 처음부터 자야겠다

라고까지 생각했다.


수술대 오른 지

24분 후,

드디어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으아아아아아앙앙"


퉁퉁 물에 불린

어묵 마냥 불어있는

붉은기가 감도는

아이를 보니

눈물이 났다.


그리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안녕"

하고 소리 내어 인사했다.


지금, 그 장면이 떠올라

또 뭉클하다.


수술을 한 덕(?)에

아이와 목욕할 때마다

할 얘기가 생긴다

나름 엄마의 생색이다.


아이는

"엄마 이게 뭐야?"

라고 수술자국을 묻곤 했고

나는 우리 딸이

나온 곳이지~

얼마나 아팠는데~


근데 딸이

"엄마 안녕?? 반가워!"하고

띠옹~하고 나와서

엄마도

"안녕 내가 너 엄마야!"

라고 대화를 나누었음을.

조금만 커도 엄마의 뻥이라는 걸

알만한 얘기를 잘도 지어내

잘되었다.


딸은 그 후로

계속 그 상처를 볼 때마다

물어봤다.


여기가 내가 나온 곳이야??

묻고 묻고 또 묻고 싶은가 보다.


그리고

엄마의 반응, 엄마가 깔깔대며

자기한테 얘기해 주는 얘기를

또 듣고 싶은가 보다.


딸. 너는 그렇게

세상에 태어났단다^^


정말 축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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