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에 대한 재평가
20년이 넘는 커리어를 세일즈 분야에서 일해 온 나에게 '세일즈'는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제이다. 오랜 시간 동안 세일즈라는 분야를 지켜보면서 실질적인 중요성보다 매우 낮은 저평가를 받고 있는 주제라는 생각에 내가 생각하는 세일즈에 관한 글을 쓰고자 한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일즈의 부정적인 평가와는 다르게 세일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들도 존재한다.
미국의 자동차 판매왕 조 지라드는 세일즈를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직업에 긍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일즈맨은 나라 경제가 굴러가도록 만드는 사람들이고 세일즈의 일을 멈춘다면 나라의 경제 시스템은 멈쳐지고 말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1)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인 다니엘 핑크는 지금 우리는 좋든 싫든 누구나 세일즈를 하고 있다고 말하며, 미국에서는 여전히 근로자 9명 중 1명은 타인이 뭔가를 구매하도록 만드는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세일즈는 본질적으로 인간 그 자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사람들은 직장에서 약 40퍼센트의 시간을 ‘비판매 세일즈’, 즉, 타인의 구매를 직접 유도하는 활동이 아니라 타인을 설득하고 납득시키고 영향을 미치는 활동에 쓰고 있다고 한다. 2)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시게노부 사장은 다음과 같이 세일즈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다.
“세계 최고의 기술이니까 팔리고 세계 최고의 품질이니까 팔리던 시대는 갔다. 저성장기에는 경쟁사보다 더 빨리 고객들을 찾아가고, 더 적극적으로 고객을 설득하는 영업이 있어야 제품이 팔린다.” 3)
그렇다면, 세상과 사람들이 생각하는 '세일즈'는 어떤 모습일까? 세일즈에 대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낮은 평가 세 가지와 이에 대한 나의 반론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세일즈는 '기술과 지식이 필요 없는 단순 활동'이라는 생각이다.
일에 대한 고민과 노력 없이 어떤 사람도 아무 준비 없이 실행할 수 있는 활동이 세일즈라는 의견이다. 이는 세일즈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배경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과 그들의 능력과 노력에 대한 저평가로 이어진다.
둘째, 세일즈는 '고객보다 판매자를 위한 행위'라는 선입견이다.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한 후 A/S를 하지 않거나 사라져 버린 판매자를 경험한 사람들은 당연히 세일즈에 대해 부정적인 기억을 갖게 되고, 판매자의 세일즈 활동은 고객보다는 판매를 통한 판매자의 이익을 먼저 추구하는 행위라는 부정적 생각을 갖게 된다.
셋째, 학문적으로 세일즈를 마케팅의 한 꼭지 정도로만 제한하는 모습이다.
리테일링의 대부분의 분야를 다 마케팅이라는 카테고리에 넣으면서 세일즈는 '판매관리'라는 이름의 마케팅의 한 챕터 정도로만 생각하는 학계의 모습이다. 기업의 성공과 실패의 요인을 기업 전략과 마케팅에서는 찾지만 그 기업의 세일즈에 대한 문제 해결에서 기업혁신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에 대한 나의 생각은 무엇일까?
우선, 세일즈는 단순 활동이 아닌 '복합예술'이다.
판매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지식과 정보는 당연히 가져야 하고, 이 상품과 서비스가 고객 각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고객의 머릿속에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대화를 통해 고객의 생각과 느낌 그리고 고객정보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토대로 고객과 세일즈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고객에게 신뢰를 심어 줄 수 있는 자신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해야 하고, 판매와는 상관없는 고객의 니즈도 충족하고 고민을 해결해 줌으로써 고객의 마음을 뺐어야 한다. 과연 세일즈는 '판매 스크립트만 읽는 단순 활동'일까?
둘째, 세일즈는 판매자뿐만 아니라 고객도 승리하는 윈윈(WinWin) 활동이다.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 속에서 또한 혼돈스러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올바른 안내를 받아 자신에게 맞는 적합한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한다는 것은 고객 혼자서 해결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탐색과 AI의 도움을 통해 고객은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겠지만, 상품과 서비스의 수준이 높아질 경우에는 한계가 있다. 높아진 고객의 수준 때문에 판매자의 이기적인 판매행위는 드러나기 쉽고, 입소문으로 순식간에 판매자의 나쁜 평판은 퍼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만을 위해 세일즈를 하는 판매자는 생존하기가 어렵다.
셋째, 세일즈는 마케팅의 최종 결과물이다.
모든 마케팅 활동의 결과가 나타나는 현장이 바로 세일즈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트렌디하고 현학적인 마케팅 전략과 실행을 한다고 하더라도 세일즈 현장에서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또한 세일즈를 통한 회사의 이익만이 회사의 존재를 지속하게 해 주고, 회사의 모든 활동에 대한 재정적 에너지를 제공한다. 기업의 생존 전략은 마케팅 이론에서 찾기보다는 현장의 세일즈 문제점을 찾는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보통 '세일즈'라고 하면 판매자와 고객이 매장에 서 있는 소매업에서의 세일즈를 생각하지만, '어떤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제안하고 받아들이게 한다'라는 광의의 세일즈의 의미를 생각하면 세일즈는 우리의 삶 속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활동이며, 또한 인생 성공의 핵심 요소 중의 하나이다.
기업의 구매 담당자에게의 판매행위, 부서 간의 회의에서 자신의 부서의 입장을 전달하는 행위, 같은 팀원들에게 목표와 동기부여를 하는 행위, 가정의 휴가 계획을 세워 가족들에게 설명하는 행위 등이 다 광의의 세일즈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인생이라는 것을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동조하게 만드는 활동의 연속'이라고 생각해 볼 때, '인생은 세일즈다'라는 은유적 문장도 사용 가능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1) 누구에게나 최고의 하루가 있다 (조 지라드, 다산북스)
2) 파는 것이 인간이다 (다니엘 핑크, 청림출판)
3) 트렌드 코리아 2017 (김난도 외, 미래의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