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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배언니 Mar 03. 2024

스페인 남부소도시 -
카디스, 헤레스(8)

미하스를 출발해 지중해를 왼쪽에 끼고 2시간 15분 달려 카디스에 도착.


지중해의 끝에서 아프리카 대륙을 마주 보며 길게 뻗은 해안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2월초 현재 기온은 20도.  겨울임이 실감이 안 난다.


전통시장의 해산물 타파스가 맛있다는 여행 블로거 추천으로 세비야 가는 길에 들렀다.


중앙시장에 도착하니 어리둥절! 스페인 와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북적이는 곳은 처음이다. 더구나 겨울철에.


시장은 크지는 않았으나 로마시대의 지붕과 기둥이 관리되지 않은 듯 버려져 있는 곳에 무허가 샵처럼 각종 해산물과 타파스, 거리음식을 파는 곳이 늘어서 있었다.


제대로 된 가게와 테이블이 없고 모두 서서 심지어 쓰레기통을 탁자 삼아 왁자지껄 대화하며 거리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음식보다는 사람구경에 눈이 돌아간다.


우리도 비집고 들어가 블로그에서 추천한 해산물 타파스가게에 가서 이제껏과는 다른 특이한 타파스를 배 터지게 먹었다. 

이곳은 콜럼버스가 대항해(? 약탈)를 하면서 물건들을 가져다 나른 항구라고 한다.

북아프리카와 워낙 가까운 곳이라 다른 지중해 도시에서 볼 수 없었던 유난히 키가 크고 까만 피부의 흑인들이 거리 행상을 하는 것을 본다.


어디서 왔을까? 난민인정도 못 받고 불법체류로 하루살이 하며 떠돌고 있는 듯한 아프리카 내전국들의 국민들이 아닐까?


유난히 까만 피부에 홀쭉하고 큰 키, 번쩍이는 눈망울에서 불안과 고단함이 읽히는 것 같다. 어디서 받아왔는지 짝퉁 가방이나 티셔츠, 조악한 액세서리를 큰 보자기에 펼치며 팔고 시장을 돌아다니며 구걸에 가까운 행상을 하고 있다. 유난히 까만 피부에 눈만 하얗다. 물건을 들이댈 때면 섬찟하다가도 한 꺼풀 너머 절박함과 두려움에 얼어있는 가련한 존재가 느껴진다. 유럽의 정복과 약탈 뒤 남겨진 아프리카의 풀리지 않는 숙제를 다시 한번 떠올린다. 어쩌랴!


점심 먹고 다시 헤레스 (Jerez- 스페인언어에서 J는 H을 발음된다)로 출발해 하룻밤 쉬어간다. 세비야 가는 길을 몇 차례 나누어 소도시도 구경하고 운전에도 무리 없이 천천히 여행하는 거다.


헤레스는 스페인 고유의 쉐리와인으로 유명한 소도시다. 쉐리와인은 와인의 변성을 막고 유효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순수 와인에 럼주등을 섞어서 도수를 높인 술이다. 약 19도. 우리의 요즘 소주보다 독하다.


이 지방에서 가장 유명한 티오 페페 와이너리로 향했지만 일요일이라 1시에 문 닫은 바람에 와이너리 투어는 생략.


대신 그곳에는 플라멩코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지역주민들이 플라멩코 옷을 입고 런어웨이를 하는 쇼가 있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벤츠 자동차사가 후원하는 플라멩코 의상과 액세서리 판매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덕분에 티오 페페의 내부의 오크통을 휘 둘러보고 쉐리 와인을 맛볼 수 있었다.

으! 쉐리 와인에서 럼주, 진의 향기가 쎄다.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역시 지방마다 있는 아랍의 잔재, 알카사바를 둘러보고 일정 끝이다. 내일은 드디어 세비야에 입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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