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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배언니 Feb 20. 2024

스페인 한달여행-세비야 (9)

플라멩코의 도시 세비야

헤레스에서 1시간 10분 정도 달려 대도시 세비야에 입성.  이제껏 소도시만 돌아서 그런지 대도시의 정리된 느낌이 새롭다.


역시 호텔임에도 차는 인근 유료 주차장에 모셔두고 걸어서 세비야를 둘러보기로 한다.


먼저 스페인광장으로 향했다. 만국박람회를 계기로 지어졌다는 광장은 커다란 반원형의 누런 아랍색깔의 건물이다.


역시 소문대로 광장 한가운데 오전 플라멩코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세명의 무희와 알 수 없는 언어로 읊조리는 남자가수, 기타리스트, 그리고 깔고 앉은 퍼쿠션을 두드리는 남자.


세명의 무희의 춤이 같은 듯 다르다. 한 명은 격정적이고 슬픔과 분노를 억제하는 듯한 표정이 압권이고, 다른 한 명은 탭댄스의 발놀림이 대단하다. 나머지 한 사람은 손에 캐스터넷츠를 쥐고 박자를 맞춘다.


겨울임에도 한낮 날씨는 19도다.

때론 절제되게 때론 빠르고 격정적으로 춤을 춘 무희들의 얼굴에 땀이 흥건하다. 40도를 넘는 한여름에는 얼마나 더울지.


거리의 플라멩코 외에 정식 공연장에서 하는 춤을 38유로 내고 예약했다. 근데 이들의 대단한 거리공연에 3유로밖에 못주었다. 동전이 없다. 미안한 마음이다. 유럽은 곳곳에 거리공연이 펼쳐지니 다음부터는 동전을 넉넉히 가지고 다녀야겠다. 공짜관람을 해도 뭐라 하지는 않으나 이들의 수고로움과 전문가다운 공연에 그냥 자리를 뜨기가 미안하다. 


세비야성당 입장을 위해서는 사전 예약을 해야 하지만 비수기라서 줄은 길지 않다.

그러나 옆의 살바도르 성당에 가서 통합권을 13유로로 구매하면 살바드로 성당과 세비야성당, 히랄다세 군데를 줄 없이 입장가능하고 유효기간은 다음날까지다.


성 살바드로 성당 역시 고대 로마와 서고트의 건축물  유적을 기반으로 9세기에 이슬람사원으로 지어진 것이다. 이것을 13세기에 페르난도 왕의 세비아 정복 후 기독교화 되었고 지금은 구 이슬람사원의 모습은 없고 기독교 조각  성화들의 전시로 예술적 가치가 있는 곳이다.


다음날 세비아 대성당에 줄 안 서고 첫 방문객으로 입성. 세계 최대의 고딕양식 대성당이라는데 천년수도 톨레도 대성당을 보고 나서인지 크게 화려함은 못 느끼겠다. 비슷비슷한 형식의 구조와 화려함이다.  다만 이곳이 유명한 것은 콜럼버스의 시신이 있는 관일 거다.


콜럼버스 관 옆에 서 있자니 4 무리의 한국인 단체관광의 가이드들이 다녀간다.  그런데 설명이 조금씩 다르고 알고 있는 깊이도 다르다.


가이드들 산타페 조약으로 이사벨여왕의 후원으로 신대륙 항해에 나선 콜럼버스. 인도로 착각한 아메리카 대륙에서 약탈한 보물을 가져와서 스페인에 안겨주었고 이것을 계기로 스페인은 영토를 확장하고 부를 축척해 강대국이 되었다는 것.


첫 번째 항해에서 성공하자 귀족들이 몰려들어 너도 나도 새로운 항해에 자발적으로 펀딩을 했고 그 덕분에 이후 세 번이나 신대륙으로 떠난 콜럼버스. 하지만 그다지 소득 없이 돌아오고 현지에서 많은 원주민을 죽이는 등 좋지 않은 소문이 돌았다. 콜럼버스는 이사벨여왕과 약조하기를 가져온 재산의 10%를 받고 정복한 영토의 왕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 골자였는데 이 조약이 지켜지지 않고 그의 재산이 몰수되었다고.


결국 그는 말년에 매우 어렵게 살면서 스페인에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이 땅을 죽어서도 밟지 않겠다고 맹세했다고. 그의 유지에 자손들이 도미니카에 시신을 가지고 갔고 여기서 다시 쿠바로 갔다. 그런데 1897년 미국과 스페인이 전쟁을 하고 여기서 대패한 스페인이 쿠바 등 남미의 점령지를 상실하자 쿠바는 시신을 가져가라고 요청. 마침내 죽은 지 400년 만에 스페인으로 돌아왔는데 스페인 땅을 밟지 않겠다는 유언때문에 세비아 대성당에 관을 설치하면서  땅바닥에 내려놓지 못하고 스페인 4개 왕국의 왕들이 관을 떠받들고 있게 되었다는 결론.


대단하다! 역사상 귀족도 아닌 한 개인을, 그것도 자국민이 아니고 이태리 사람을, 400년 전의 유언을 존중하며 스페인을 대표하는 4개 왕국의 왕들이 관을 둘러매다니!


그만큼 그가 스페인의 부흥의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스페인 사람들도  대단하지 않은가?


한편으론 씁쓸하다. 결국 콜럼버스는 주인으로 잘 살고 있는 원주민에 들이닥쳐 스페인 깃발 꽂고 죽이고 약탈하고 강도짓해서 스페인에 바쳤다는 것 아닌가? 세비아 성당도 약탈한 금 일 톤으로 내부 장식했다는구먼.


신대륙 발견이라는 것도 완전 서양의 시각이다. 이미 뿌리내리고 살고 있는 주민들이 있었는데 누구의 시각으로 신대륙이던가? 남미의 원주민이 유럽을 탐험했으면 유럽이 신대륙 되는 거다.


콜럼버스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남미의 고통과 눈물은 없었을까? 아무튼 씁쓸하다.


스페인광장에 가면 50여 개 도시를 상징하는 타일조각이 빙 둘러 새겨져 있다 그중 세비야 타일을 보면 콜럼버스가 남미에서 잡아온 인디언들과 과일 금은보화를 가지고 이사벨 여왕에게 무릎 끓고 알현하는 타일 벽화가 있다.


졸지에 영문도 모르고 살면서 처음으로 배 타고 먼 길 고생고생하며 끌려온 인디언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이후 어떻게 살아 냈을까? 그렇게 해서 원치 않게 시작된 인디오 후손들의  얼굴이 스페인 여기저기 보인다.


덧붙이자면 그의 시신이 진짜냐 사실이냐의 논란이 있었는데 2006년인가 그라나다대학에서 유전자검사를 했단다. 그의 아들 둘의 무덤을 파서  말이다. 그 결과 80프로의 유전자 일치가 나와서 진위여부 논란이 종식되었다는 거다.


소문 때문에 수백년 지난 시신을 확인한 스페인도 대단하다. 근데 이 부분에서 4명의 가이드 중 2명은 시신의 진위여부는 모른다는 설명을 하고 단체관광객들을 이끌고 가버리네! 공부가 덜 되었다. 그중 한 가이드는 콜럼버스의 유리관 위를 촬영한 사진(그의 뼈조각 일부)을 보여준다. 역시 가이드도 제각각이다.


성당과 연결된 히랄다탑도  이 나라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준다. 고대로마의 유적 위에 12세기말에 이슬람탑이 설치되고 다시 그 위에 기독교 종탑이 얹혔다. 해서 총 높이 96미터.


그야말로 3 문화의 합작이다. 탑이 높다 보니 이슬람시절에 하루 5번 하는 기도시간에 사람이 탑 꼭대기에 뛰어가서 종을 울릴 수가 없어 말을 타고 올라가게 하느라 탑내부는 계단이 아니라 뱅글뱅글 돌며 경사 처리가 되어있다. 이건 좀 신기했다. 탑 중간중간의 작은 방에 남아있는 이슬람 흔적들이 흥미로왔다.  


그 옆의 알카사르에도 이슬람양식이 남아 있다고는 하는데 그라나다의 알함브라가 워낙 압권이라 관람생략하고 세비아 대학으로 갔다.


17세기에 세계 최초로 담배공장이 들어선 이곳의 재미있는 역사를 공부했고 카르멘도 이곳 담배공장 여공이었다는 재밌는 사실도 확인.


스페인 광장에 또 가니 오후엔 다른 팀이 플라멩코를 공연 중이다. 다시 넋을 잃고 한 시간 관람한다.


저녁에 진짜 비싼, 유명한 플라멩코 공연을 보았다  인당 38유로다. 와인 반잔 주고 말이다.


메트로 폴 파라솔의 1층에 있는 공연장이다.

90분 공연의 전반은 화려하나 현대화되고 각색된 듯한 공연. 2부 마지막을 장식한 무희가 진짜배기였다. 눈을 희번뜩이며 격렬한 탭댄스와 가슴과 무릎을 치는 춤. 땀이 범벅이 되어 화장이 줄줄 흐르는 그녀의 동작에 모두 넋을 놓고 구경하느라 촬영도 놓쳤다. 고수가 따로 있었네.


다시 플랑멩코 공연을 본다면 인근의 플라멩코 박물관에서 하는 공연을 보고 싶다. 유명한 플라멩코 권위자가 개인적으로 세운 박물관인데 관련 역사에 대한 자료와 전시, 물품들이 있다. 공연장도 훌륭하다. 


공연을 마치고 나와서 본 메트로폴 파라솔은 조명쇼를 펼치고 있었다.  15유로 내고 입장할까 생각하다 그냥 밑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우리가 인스타에 올릴 것도 아닌데.


세비야에서 한 것 

세비야 성당, 살바도르 성당, 히랄다 탑 (통합권 13유로)

알카사 궁전은 생략 (알람브라궁전과 겹침)

스페인광장 (3일 내내 방문. 플라멩코 공연관람)

마리아루이스 공원(스페인광장 옆) 산책

플라멩코 박물관

메트로 폴 파라솔

플라멩코 공연(메트로 폴 파라솔 1층, 38유로)

세비야 미술관 (15~21세기 세비야화가. 1.5유로, 고야, 살바도르 달리 등)

트리아나 지역 시장 내 문어요리 먹기

과다키르강산책

세비야대학 (과거 담배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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