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 가져온 고통의 의미, 주님이 주신 은혜의 의미

by 강나루

항상 완벽함을 추구하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으며,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라면 최고가 되기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며 살았다고 생각했다.

맏이는 아들이라서 챙김 받고 동생은 막내라고 양보해야 하는 둘째로 살아가며, 언제나 철이 일찍 든 착한 딸로 살아야 했다. 아버지와 같은 직장에 다녔기 때문에 아버지에게 누가 될 수는 없다는 마음에 시간이 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나 자신을 감추고 억눌렀다. 다른 사람눈에 비칠 내 모습이 어떨지를 더 많이, 더 먼저 생각하며 사는 것을 당연하다 여겼다.

실제로는 낯가림이 심했지만 누구에게나 상냥하게 대하고, 항상 웃는 모습으로 모든 일을 솔선수범하며 손해를 보더라도 조금 더 베풀고 나누는 모습으로 살기 위해 애썼고, 어느덧 그것이 내 정체성이라 믿고 살게 되었다.

부모님이 생각하시는 '착한 나루'로 살아가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그리고 그래야만 부족한 나를 누구나 사랑해 줄거라 믿었다.

하지만 한 가지,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신앙생활도 그렇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교회를 다니자마자 성경을 일독한 것은 물론이고, 교회에서 주관하는 모든 성경 공부와 리더십 교육에 참여했다. 나와 같은 때에 하나님을 믿기 시작한 사람 중에서 나보다 신앙심이 깊은 사람은 없을 거라는 자만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그리고 누구에게든 칭찬받아 마땅한 모습으로 사는 하나님의 사람이라 자부했다.

착각도 유만부득이었다.


그런데 신앙생활을 하면서 내가 믿는 종교와 신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과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결여 돼있던 내 믿음이 얼마나 보잘것없고 하찮은 건지 그때는 왜 깨닫지 못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매하고 미련했던 나를 하나님께서 사랑하지 않으실 수 없으리라 믿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한 나루'의 부족함이 얼마나 안타까우셨을까. 착하다는 말은 내 마음을 묶은 족쇄였고, 내 생각을 편협함에 물들게 하는 어둠과도 같은 단어였다.

착한 딸, 착한 동생, 착한 언니, 착한 친구, 착한 동료... 등으로 살기 위해 내가 무시하고 살아왔던 내 마음이 얼마나 많았는지는 오직 주님만 아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은 내가 이런 사람이란 걸 애초부터 알고 계셨을 것이다. 겉으론 믿음이 충만해 보여도 안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허수아비 같은 인간, 믿음을 공부로만 여기고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사랑이 없었던 나, 나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고 작은 흔들림과 고난에도 쉽게 무너질 사람이라는 걸 이미 처음부터 알고 계셨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처음에 다른 사람들은 겪어보지 못한 놀라운 기적과 은혜를 경험하게 해 주신 거란 걸 비로소 깨닫게 됐다.

내가 처음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을 때 이미 내가 앓고 있던 여러 가지 병들을 고쳐주시는 기적을 직접 겪고 보게 해 주시고, 내가 알지 못했던 찬양의 은사를 베풀어 주셔서 나로 하여금 세상의 근심을 잠시 내려놓고 살 수 있는 은혜를 베풀어 주셨는데 나는 그 은혜의 의미를 진정으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은 내게 닥쳐올 잔인한 고통과 고단한 운명의 장난을 미리 보고 아셨기 때문에 내게 그런 은혜를 베풀어 주신 거라 생각했다. 자신을 떠날지 모르는 어린양 한 마리를 지키시려고 내게 당신의 능력을 미리 보이시고 알려 주셨던 것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디기 어려운 고통과 외로움, 배신을 겪으며 하나님의 함께하심을 부인하고 살았다는 사실이 부끄럽기 한이 없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면 그렇게 오랜 시간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진 않았을 텐데... 결국엔 나를 지키며 기다리시던 주님께서 자신의 음성을 들려주시어 시련과 고통에 잠겨 위태로운 나를 일깨워 주시게 된 것이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후에 지금껏 내가 겪은 잔인하다 못해 참담하기 그지없는 고통과 시련, 배신들은 주님께서 주신 시련이나 시험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됐다. 그전에도 말씀으로 여러 번 접해 듣고 알고 있던 성경의 말씀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에게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치 못할 시험당함을 허락지 아니하시고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고린도전서 10:13


내가 겪은 고통과 시련들은 삶을 살아가며 운명이 던져주는 고난과 역경 같은 시험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평탄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 일지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두운 동굴 속을 헤매며 이겨내기 어려운 문제를 경험하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는 담대하게 견디며 극복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이는 오랜 시간 힘들어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어려움들은 애초에 이겨내지 못할 것이 없고 또 피할 길도 내신다 하셨으니 나와 항상 함께 하셨고 앞으로도 함께 하실 거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내 고난들을 이겨내 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중에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이었다.

여태껏 너무 고생한 딸아이를 생각하면 이기적인 생각이 아닌가 망설여지긴 했지만, 우선 내 마음부터 돌봐야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도 생길 것 같았다. 그렇게 결정을 하고 평생 처음으로 그저 나만 생각하며 기도하고, 긴장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한 가지도 없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하나님께 가까이하려 다시 노력했다 해서 모든 통증들이 한순간에 없어져 버리진 않았다. 내 상황이 극적으로 변한 것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자살시도 후의 후유증으로 해리현상이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다른 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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