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의 순간들
비엔나에서 첫 아침. 일어나니 온몸이 뻐근하다.
‘전날까지 엄청 걸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하며 아침 일찍 벨베데레 궁전 산책을 하고 왔다. 숙소에 오자마자 축 늘어지는 몸... 잠시 누웠다가 아이들이랑 누룽지를 끓여 먹고 나니 또 조금 괜찮았다.
슈테판 대성당을 가려고 나와 또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몸이 점점 말을 듣지 않는 거다. 어깨 근육통과 함께 속은 느글거리고 머리도 아파왔다. 단숨에 알아차렸다.. 몸살이 제대로 왔구나.
매일 추운 거리를 그렇게나 걷고 특히 어제 저녁에는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고 해서 스케이트 장에서 장시간 오들오들 떨었다. 오랜만이구나 몸살! 다시 숙소로 돌아와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배가 고팠지만 먹고 싶지 않고 피곤했지만 잠들지 못했다. 걷기를 멈춘 몸은 열을 내기 시작했다. 홍조 띤 얼굴로 눈물을 흘리는 엄마 꼴이란... 아이들은 번갈아가며 엄마 얼굴을 쳐다봤다.
유럽 도시는 이골이 났다고 느꼈다. 아이들이 추운 나라를 가고 싶다 해서 온 곳이지만 사실 출발하면서도 큰 기대가 없었다. 그저 유명하다는 건물을 보려 걷고 또 걸었다.
오늘 슈테판 성당에서 절정으로 아파왔던 몸. 그 순간에도 나는 휴대폰 카메라를 눌러대고 있었다. 성당을 꽉 메운 여행자들도 다들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는 왜 찍고 있는가? 이렇게 아픈 순간에도 말이다.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은 어떤 용도로 쓰이나. 기억하기 위해? 자랑하기 위해? 이런 생각이 들자 온몸에 힘이 더 풀렸다. 유럽의 오래된 건축물들이 대체 이 시대를 사는 나에게 무슨 의미란 말인가? 나는 왜 그렇게 기록하려고 드는가?
우리는 아마도 돈을 지불한 대가를 사진으로 보상받으려는 건 아닌가? 슈테판 성당은 비엔나 도심 복판에 늘 그대로 있을 텐데 나는 성당을 데리고 가기라도 할 참인가?
생각을 멈추고 사진 찍기도 멈추고 숙소로 돌아왔다.
극도로 아파오는 몸. 슈테판 성당을 사진으로 가져가지만 이 아픈 몸살기운은 여기 두고 갈 수 있기를 바라며 차 한잔 마시고 이른 저녁부터 잠이 들었다.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아부다비로 날아왔다.
짐 정리 후 자고 일어나니 한국의 비행기 사고 소식이 들렸다. 사람들이 또 떼죽음을 당했다. 애도의 마음 뒤에 문명에 대한 미움이 남았다. 인간은 하늘을 날수 없자 비행기라는 기계를 만들었고 우리는 하늘공간마저 탐하고 점령했다는 생각. 새들의 공간인 무한한 공의 세계를 침범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는 생각. 그 기계를 나도 참 애용하고 있다는 아이러니.
아이들과 앉아서 초를 켰다. 기도하자. 우리가 애도할 수 있는 방식은 모여서 기도하며 마음을 보내는 것. 희생당한 사람과 새들, 그리고 무한의 공간인 하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