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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향한 여행

3주 식구

by 정현


작년 이맘때. 나는 남인도 오로빌에 있었다.

리나의 식구 넷 우리 식구 셋...

일곱 명이서 오로빌 자연농 농장에서 지지고 볶으며 3주를 지냈다.

오로빌에 가기 전 한 달은 경주 더머의 식구들이 아부다비에 와 3주간 함께 지냈었다. 그리고 8월에는 아이들과 내가 3주간 친구 더머의 집에서 지냈다.

어쩌다 보니 3주라는 기간을 함께 보낸 우리들...


이맘때가 되니 오고 가며 여행했던, 같이 무언가를 했던 날들이 떠오른다.

아부다비로 온후 볼 수 있었던 것들이 있다.

문득 ’ 식구‘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우리는 매일을 함께 생활하며 자연 속에 머물러 산책하고 밥을 지어먹고 저녁이면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었다. 나는 내 친구들을, 아이들도 자기들의 친구들을 만나 기뻤던 날들이다.


피를 나누지 않은 친구가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내 주변 많은 사람들이 그럴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실험하고 싶었다.

그리고는 함께 지내는 3주간 아이들 일로 마음의 균열이 가는 경험을 하기도 하고, 특히 오로빌에서는 인간의 본능인 식욕과 수면욕이 그토록 사람의 신경을 날카롭게 하는 것임을 알았고, 한밤중 농장 안 생태화장실을 갈 때는 극심한 공포를 느끼기도 했다. 주거환경과 기후 탓에 서로 짜증을 내기도 했으며, 또 사춘기 아이들의 예민한 반응 등으로 엄마들의 마음에 벽이 생김을 느꼈다.


오랜만에 만나는 부정적 감정을 대하며 절로 기도가 되고 또 내 작은 그릇을 보며 한숨짓기도 했다.

때로는 너무 초긍정적인 나. 친구와 그의 아이들과 행복한 여행만 떠올렸던가보다. 오로빌에 살고 있는 어떤 분은 우리더러 ‘겁도 없이’ 두 식구가 아이들을 끌고 여길 왔냐고 하기도 했다. 원가족이 아닌 다른 가족과 식구로 지내는 것. 나는 사람들을 잘 품을 수 있으리란 마음은 내 오만한 마음임을 알아차렸다.

친구를 식구로 받아들이는 과정 또한 시행착오가 필요함을 느꼈다.

오로빌에서 식구가 되어...


지난여름 한국에 가서는 더머의 집 2층에서 지냈는데, 친구 부부도 바쁘고 나도 바빠 우리들은 아침저녁에 만나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하며 하루일을 이야기하곤 했다. 마치 우리가 학생이었을 때처럼 각자 학교나 회사에 다녀와 한 상에서 먹고 마시며 이야기 나누고 지낸 것이다. 하루 동안 각자의 생활을 하다 저녁에는 노곤해진 몸과 맘을 식탁에 풀어놓고 눈빛을 주고받으며 하루하루 더 친밀감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두 친구들 가정과 각각 지낸 경험. 그 속에는 좋은 순간도, 지지고 볶는 순간도 있었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며 지내는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식구가 되는구나 싶었다.

나와는 다른 존재와 생활하며 관찰하고, 또 표현하며 지내는 경험... 경주 식구들과 떨어져 지내는 지금도 우리들은 각자의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먹고 자고 놀며.. 식구라는 말을 실감해 가는 중이다.


내게 지난해 인도 오로빌, 한국 여행은 3주간 식구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1년이 지났다. 3일 뒤면 더머의 가족들이 다시 아부다비로 온다. 우리는 또 3주간 함께 지내게 된다.

두 번의 함께 살기 경험이 쌓인 우리들.

조금 더 사랑해야지. 조금 더 이해해야지.

영원히 살 것처럼 나태한 관계로 지내지 말아야지.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2월로 지내야지.

경주의 식구들이 떠오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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