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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바다 Feb 01. 2024

행복한 커피

-Happy Coffee-

숨만 쉬어도 머릿속에서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에어컨이 없는 곳만 나와도 숨이 턱턱 막히고, 두꺼운 외투를 여미고도 "아우 추워"하며 차가운 코끝이 찡한 한겨울에도 늘 앞치마 하나만 두르시고 고무장갑에 빗자루를 항상 들고 다니시는 학원상가 청소해 주시는 여사님이 오늘도 계단청소를 하시며 출근하는 나를 먼저 맞이해 주신다.

더운 날은 아이스커피로 추운 날은 뜨거운 커피 한잔 내려드리면 함박웃음으로 자기 거 까지 챙길 필요 없다고 하시지만, 기호는 확실하시다.  

"원장님 근데 저는 맥심커피는 안 마셔요. 원두가 제일 맛있더라. 난 시럽도 안 넣어요"

"그럼요 그럼요. 맥심커피는 살쪄요. " 너스레 떨며  내어 드리면 항상 크게 웃으시면서 너무 행복해하신다.



 

지금은 커피 한잔으로 아니 서너 잔도 거뜬히 마시면서 하루를 연명하기도 하지만, 30대 중반까지 나는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았다.  커피자판기 앞에서 나는 늘 율무차나 코코아를 마신 기억이 더 많다.

쓰디쓴 소주맛은 알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


카페에서 친구들은 사약 같은 새깧만 원두커피에 설탕도 넣지 않은 사발커피에 리필도 여러 번 해서 마시던데 나는 도저히 한 모금도 마실수가 없었다.

그나마 연유를 뿌리고 원두커피를 부은 후 그 위에 하얗고 뽀얀 생크림에 계핏가루를 톡톡 뿌려주던 "비엔나커피"를 시켜 생크림만 퍼먹었던 나의 촌스러운 커피생활은 30대 후반에는 사발커피로 변하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 너 원래 커피 안 마시지 않아??"

오랜만에 만난 친구나 언니들은 사발커피를 보고 미소 지으며 홀짝홀짝 마시는 내 모습을 다들 의아해한다.

"아우 커피를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살려고 마시지." 커피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런 고약한 멘트를 날리면 다들 고개를 끄덕여주는 슬픈 직장인들..





누가 뭐래도 강릉은 커피의 고장이 아니던가.. 나도 지금은 조금... 아주 조금 커피맛을 아는 것 같다.

지금은 알만한 파워 블로거가 된 친한 동생이 " 언니 강릉은 아무 집에나 가도 커피가 맛있지? 여긴 진짜 어딜 가나 커피가 맛없어.."  

"커피 마시러 와"라고 은근 어깨에 뽕이 들어간다. 강릉커피가 뭐 다 내 커피는 아니지만 괜스레 뿌듯하다.


오늘 출근길에 맛있는 원두사서 여사님께 내려드려야지..

고급스러운 입맛의 여사님은 원두 바뀐 걸 알 수있으실까?


향기가좋다며 함박웃음 지으실 행복한  커피 한잔을 하실모습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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