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플랫폼이 30년지탱해주길ㆍㆍ
내 앞줄에 빽빽하게 마라톤 줄에 서있는 사람들을 보면
" 당신들도 참 어쩌다가 달리기를 시작해서.. 이 자리에 서있으십니까.."
라는 안타까운 마음, 그네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은 마음 그리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출발선 앞에 서있는 사람들과 나를 바라보는 솔직한 심정이다.
그 흔한 마라톤크루도 함께 뛰는 친구들도 없이 작년부터 외로운 달리기는 올해 경포마라톤 하프를 끝으로
자체 시즌오프를 하게 되었다.
작년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는 외로운 줄도 모르고, 밤낮으로 동네트랙이며 호수며 여행을 가도 신발을 싸들고 술을 거하게 마셔도 다음날 일어나 달리기를 할 정도로 달리기의 매력이 푹 빠져있었다.
일 년 전에는 이렇게 뛸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고, 이쯤 되면 옅어질 줄로만 알았던 달리기의 힘듬은 신발끈을 질끈 메고 현관문을 쿨하게 열고 나가기까지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다.
힘듦을 나타내는 리트머스지가 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힘듬으로 찍 힐 것 같은 달리기 생활이다.
아니요! 전혀요!
기록이 중요한 줄로만 알았던 런린이의 착각이 깨지는 데는 미련하게도 부상을 겪고 나서야 알 수 있다.
주식커뮤니티에서 자주 보이는 짤로 " 물리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처럼 다쳐봐야 달리기를 건강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년 아무런 지식도 없이 두 다리가 있고 신발이 있으니 그냥 달리면 되는 게 아닌가라는 무식함이 기록욕심을 갖게 하더니 왼쪽 종아리 근육이 놀랐는지 달릴 때마다 아픔이 느껴져 한의원에서 침도맞고 치료도 받았을 때는
"아,, 나 좀 달리는구나"라는 어리석은 생각이 창피하게 느껴진다.
무엇을 위해 달리나요?
사랑에 빠지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 사람만에게 만 향해지는 것처럼 달리기도 그랬던 것 같다.
운동을 그리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청소년기부터 꾸준히 몸을 움직이는 것을 꽤나 좋아했기에 달리기도 어렵지 않게 시작했던 것 같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입에 거품을 물며 말하지만, 나이 먹은 사람은 누구나 겪는 그 서러운 나이 듦을 달리기의 열정으로 내가 싹 평정하겠노라 생각하며 달리기를 시작했다.
" 왜 사서 고생하는 거지.." " 이 짓을 왜 하는 거야.." " 관둘까.."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
맞다.
누가 등 떠민 것도 아닌 나 스스로 선택한 달리기를 관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한번 할머니가 되어서도 달리며 브런치스토리 플랫폼이 여전히 존재한다면 고등학교 때 보던 무협소설열혈강호를 아직도 보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 30년 뒤에도 달리기하며 연재를 할 수 있다면 꽤나 멋진 삶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30년 뒤 내 얼굴의 주름살과 몸의 주름들은 숨길 수 없겠지만, 열정을 다해 열심히 달리고 쓰고 공부해 왔다면 너무 멋진 노년이 아닐 수가 없을듯하다.
난 갑자기 달리기의 목표가 건강한 30년 연재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