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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얏나무 꽃이 질 무렵

불꽃이 피어오르다

by 나바드 Feb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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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의 밤, 조용한 물결 위로 달빛이 흔들린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한적한 뒷골목, 낡은 창고 안에서 어둠을 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오늘, 우리는 이 땅에 심장을 새길 것이오.”


김명규가 주먹을 말아 쥔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그의 앞에 선 자들은 모두 결의에 찬 눈빛을 하고 있었다. 농부, 장사꾼, 나무꾼, 서생, 여인과 아이까지. 서로가 서로를 믿는다.


“독립은 먼 미래가 아니다. 우리가 지금 여기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박차정이 앞으로 나선다. 그녀의 한 손에는 폭탄이, 다른 손에는 희망이 쥐어져 있었다.


“부산경찰서, 일본 군수품 창고, 그리고 헌병대. 오늘 우리는 이곳을 뒤흔들 것이다.”


한순간 공기가 팽팽해진다. 하지만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뜨거운 투지였다.


“계획은 간단하다.” 안희제가 말을 이었다. “두 조로 나뉘어 군수품을 탈취할 것이다. 김명규 선생은 항구 쪽을 맡고, 박차정 동지는 폭탄을 설치한다.”


그때, 양한나가 다가온다. 그녀의 손에는 가득 채운 신문지가 들려 있다.


“그리고 이것을 뿌린다. 우리가 왜 싸우는지, 모든 이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녀가 신문지를 펼치자, 한 문장이 모두의 가슴을 두드린다.


‘대한독립만세. 우리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모두 준비되었는가?”


김갑이 천천히 묻는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우리는 하나다.”


후세 다쓰지가 조용히 그들을 지켜본다. 그는 일본인이었지만, 조선이 겪는 아픔이 그를 움직였다.


“이 싸움,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그들의 밤은 길고도 치열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남길 불꽃은 오랫동안 타오를 것이었다.


“자, 가자.”


누군가 외치자, 어둠 속에서 의병들이 흩어진다. 그들의 걸음마다 혁명이 싹튼다.


그렇게, 부산의 밤이 불타기 시작했다.




역사적 사실 및 인물 각주


1.김명규 (1893년~1977년)-부산 동래지역에서 3·1운동을 주도한 독립운동가로, 의열단 활동 자금 조달 등 다양한 독립운동을 전개함.


2.박차정 (1910년~1944년)- 부산 출신으로 의열단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며, 남편 김원봉과 함께 독립운동을 펼침.


3.안희제 (1885년~1943년)- 부산에 백산상회를 설립하여 독립운동 자금을 조달하였으며, 이후 만주로 망명하여 독립운동을 지속함.


4.양한나 (1892년~1976년)- 마산 의신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학생들과 함께 항일운동을 전개하였고, 이후 중국으로 건너가 임시정부에서 활동함.


5.김갑 (1889년~1933년)- 1909년 대동청년단에 가입하여 항일운동을 시작, 1919년 임시의정원의 경상도 대표의원으로 활동함.


6.후세 다쓰지 (1879년~1953년) - 일본의 인권 변호사로, 조선인 독립운동가들의 변호를 맡으며 일제의 탄압에 맞섬. 2·8 독립선언 주동자들의 변호를 담당하였으며,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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