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입원하신 후
나에게 새로운 습관 하나가 생겼다.
마음속으로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 것.
아침에 일어나면
'아버지는 간밤에 별일 없이 잘 주무셨을까?'
'엄마는 몇 번이나 깨셨을까?
피곤하진 않으실까?'
밥을 먹을 때면
'엄마는 식사는 제대로 하셨을까?'
'병원 밥은 잘 나왔을까?'
회사 식당에서 밥이 잘 나와도,
혼자 맛있는 걸 먹을 때에도
나만 이렇게 잘먹고 있어도 되는 건지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다.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 때면
'아버지가 뒤척이지 않고 잘 주무셔야
엄마도 잘 주무실 텐데...'
'오늘은 진통 없이 잘 주무시길...'
어릴 때부터 습관이 되어
아무 생각 없이 입으로만 내뱉었던 인사
"안녕히 주무셨어요?"
"안녕히 주무세요~"
"식사하셨어요?"
"별일 없으시죠?"
나이 마흔 줄이 된 지금에서야
이 인사들의 의미가 마음에 와닿는다.
이제서야 진심으로 걱정되고 궁금한 마음으로
부모님께 안부 인사를 드리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번, 아이들 얼굴 보여드리려고
고작 영상통화 한번 하던 내가
요즘엔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드리고
자주 찾아뵈려 노력하게 됐다.
평소엔 연락을 그리 자주 하지 않았던 형과도
부모님 소식을 공유하고 이런저런 의논을 하느라
자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아버지 덕분에
가족들 간에 연락도 더 자주 하고
서로 의지하며 힘이 되어 주고 있다.
물론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일도 많다.
불필요한 오해와 원망, 서운함이 쌓이고
그걸 또 풀어야 하는 에너지 소모와
결국은 안고 가야 할 상처들.
요즘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각자의 입장과 시각이 모두 다르고
같은 일이라도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 다르다는 것.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이
다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
그러니 명쾌하고 올바른 판단보다 중요한 것은
어쩌면 상대를 공감해 주고
알아주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과
언행에 조심과 신중을 기해야겠다는 것.
요즘 이런저런 일들을 통해 그동안 살면서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하나하나 곱씹어보게 된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오늘도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별일 없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