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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맞벌이하는 동안 내 아이에게 벌어지는 일

- 엄마일기

by 함께 Feb 12. 2025

아이들을 낳고 육아휴직을 길게 할 금전적 여유가 없어서 딱 1년씩만 휴직을 했다. 아이들은 둘 다 돌 전에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다. 교사여서 5시에는 퇴근이 가능하지만 당연히 일이 많을 때도 있었고 6시 넘어서 퇴근하게 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5시에 퇴근하고 5시 반에 데리러 가도 아이는 어린이집에 혼자 남겨져 있었다. 제일 난감했던 건 근로자의 날이었다. 학교는 쉬지 않는데 어린이집은 쉬었다. 근로자의 날에도 비상근무를 하는 어린이집도 있었지만 몇 안 되는 등원생 중에 포함되는 우리 아이는 분명 찬밥 신세였을 테지.

둘째가 4살이던 해의 어느 날. 퇴근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어린이집에서 급하게 전화가 왔다. 같이 놀고 있던 친구의 귀를 물어서 친구가 다치게 된 것. 친구의 아버지는 둘 중 하나가 어린이집을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고 노발대발하셨다고 했다. 퇴근 후 어린이집에 방문했을 때, 아이는 열이 나고 아픈 상태였다. 아프고 힘든데 친구가 놀자고 하니 귀찮아서 물어버린 것 같았다. 원장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아이를 안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원장님께선 감사하게도 친구의 아버지께 잘 말씀드려 주셨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하지만 집에 와서도 한참을 울었다.




​설거지를 하며 무심결에 틀어두었던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있자니 그 시절의 내 모습과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늦게까지 혼자 남겨져 있어야 했던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외롭지 않아요. 혼자 놀 줄 알아요"

분명 외로웠을 텐데, 외롭지 않다고 말하던 아이가 7시쯤 돌아온 엄마를 보고 행복하게 달려가던 뒷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 부모님이 자영업을 하셔서 밤 9시까지도 아이와 함께 있을 시간이 없다. 아이는 혼자 밥을 먹어야 하고 엄마가 싸준 도시락이 차가워지는데도 엄마를 보채지 않는다. 마음이 일찍 자라서 바쁜 엄마가 자신을 신경 써주지 못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엄마가 일찍 들어오도록 노력해 볼까?" 하니까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아이를 보며 그동안 얼마나 하고 싶었던 말이었을까, 표현하지 못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뒤에 이어진 아이의 말이 더 슬펐다.
"나중에 되면"
금방 이루어지지 않을 소망이라는 걸 아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


세 아이 중 남자아이가 하나 있었다. 엄마와 있고 싶은 시간을 노란색으로 붙이라는데도 겨우 두 칸만 붙이고는 더 붙이기를 주저하고 있었다. 지켜보던 엄마는 그런 아이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겠지만 그 이면엔 놀라운 다른 이유가 있었다.

엄마가 아픈 날에 일찍 왔던 걸 기억한 아이는 일찍 오면 엄마가 아프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 엄마가 아픈 것보다 자신이 혼자 있어서 외로운 게 낫다고 생각했다니. 이 아이도 마음이 일찍 성장해 있었다.




이걸 보고 둘째에게 물어봤다.
"엄마랑 같이 있는 시간에 뭐 하고 싶어?"
"보드게임. 엄마가 똑똑하니까 엄마랑 보드게임하는 게 재밌어."

둘째는 캠핑 갈 때 꼭 보드게임을 챙겨갔다. 왜 그런가 했더니 내가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둘째와 보드게임을 같이 해줄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캠핑을 갔을 때였던 것 같다. 집에선 집안일하느라, 싸 들고 온 업무 하느라, 아이 학원을 픽업해 주느라 바빴고, 시간이 겨우 나면 지친 몸을 쉬느라 침대에 눕기 바빴다.

사실 지금도 이 글을 쓰느라 아이와 함께 보낼 시간이 30분쯤은 줄어든 것 같지만... 나중에 아이가 이 글을 읽게 되면 엄마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말로 하는 것보다 더 잘 이해하지 않을까.





바로 어제, 돌봄 교실에서 하교하던 8살 아이가 우울증을 앓던 교사에게 살해되었다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그 아이도 늦게 오는 엄마를 씩씩하게 기다리던 아이였을 텐데. 아이의 부모는 돌봄 교실에 맡겨야 했던 상황을 얼마나 자책했을까.

돌봄 교실을 늘릴 게 아니라 부모가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더 이상 이렇게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늘에서는 아이가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진 출처 : https://youtu.be/ivMUYg5l9-Q?si=ETmbDiMpdBsyMMQ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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