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집사 Sep 10. 2022

요리가 어려운 당신에게

그럼에도 결국 집밥인 이유

식재료값이 너무 올랐다. 애호박 1개에 4천 원, 오이는 2천 원... 시금치는 1단에 1만 원을 호가하며 말 그래도 시'금'치라 불리는 이번 여름이었다. 여기에 명절까지 겹치면 장을 언제 봐야 할지 그야말로 눈치싸움이다.


가끔 이상하단 생각도 든다. 국내에서 나는 농수산물을 자국민이 먹고자 하는데 왜 값이 더 비쌀까, 바다 건너 배 타고 비행기 타고 들어오는 수입산이 더 비싸야 하는 거 아닌가. 국내 유통망 구조가 얼마나 복잡하면 내수 하는 농수산물은 값이 오르는데, 그럼에도 농민들의 형편은 늘 영세할까. 마트 물가만 비싼 게 아니라, 시장에 나와있는 제철 식재료 값도 눈에 띄게 매년 오르는 상황.


이 정도면 사 먹는 게 더 싸다는 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배달음식으로 눈을 돌리면, 치킨 하나 배달시키려는데 기본 2만 원에서 3만 원이 든다. 치킨만 먹나, 콜라도 시키고 최소 주문금액이 안 맞으면 뭐라도 하나 더 주문해야 한다. 배달료도 오르고 이제는 포장값도 받겠다는 시대.


그렇다고 매일 밖에서 외식하는 것도 사실 무리다. 물리기도 한다. 오늘 뭐 먹지, 외식메뉴도 크게 별반 다를 바 없다. 경제적인 면도 고려해야 한다.


사진 출처: 본인 제공


그렇다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집밥으로 돌아온다. 티비 예능프로그램들에는 맛집 소개도 많지만 그만큼 집에서 요리하고 먹방 하는 방송도 늘 차고 넘친다. 우리가 그토록 집밥을 권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식재료 값이 비싸도 손수 장을 보며 나를 위해, 가족들을 위해 건강한 집밥을 차리는 수고스러운 가치는 어디서 찾는 걸까. 


이는 남녀 구분 없이, 요리를 하기 위해 주방에 들어선 누구에게나 전하는 이야기.


사진 출처: 본인 제공


1. 요리를 너무 어렵게만 생각한 건 아니었나.


물론 요리를 위해 기본적으로 거쳐야 하는 구간이 있긴 하다. 장 보기. 내가 먹고 싶은 요리가 있다면 일단 필요한 목록을 생각해서 마트에 간다. 예를 들어 고등어조림이 먹고 싶었다면 고등어와 무를 먼저 사겠지. 소금, 후추, 설탕, 고춧가루, 식용유 같은 기본양념은 집에 있을 것이다. 만약 없다면 마트에 간 김에 믿음이 가는 브랜드들로 이참에 장만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집에 와서 간단한 재료 손질을 해본다. 도마와 칼을 준비하고, 재료를 씻고, 토막 칠 건 토막을 치고, 채 썰 건 손 조심해서 얇게 썰어보도록 하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누구나에게 처음이 어려운 법.


집에서 먹는 밥 '집밥'은 사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식사는 아니다. 요즘은 솜씨 좋은 사람들이 근사하게 9첩 반상을 차려서 sns에 올리는 경우들도 많아서 그렇지, 사실 요리 선생도 집에선 그렇게 안 먹는다. 멸치라도 볶으면 멸치볶음, 달걀을 부쳐 말면 달걀말이, 메추리알을 간장 양념에 조리면 메추리알 장조림. 반찬 한 두 개면 어떤가. 밥 짓기가 귀찮다면 찬밥이나 햇반도 훌륭하다. 전자레인지가 없는 집은 없다.


사진 출처: 본인 제공


2. 요리는 노동이 아닌 하나의 놀이처럼


요리는 너무 어려워, 무서워, 요리 한번 하려면 집에 있는 온갖 그릇과 도구들이 다 꺼내져 나와.. 결국 마무리는 이렇게 된다. '이걸 다 언제 치워'


이러다 보니 요리는 하나의 노동이 된다. 나 혼자 먹는 게 아닌, 대접할 사람 수라도 많게 되면 주방에서 준비할 것들은 몇 배가 된다. 요리를 하나의 챌린지 게임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마트에서 장 봐 온 재료들을 일단 넓게 펼쳐 깔아놓고 구분을 지어놓는다. 지금 당장 손질할 것, 지금 바로 씻어야 할 것, 냉동고에 들어가도 좋은 것, 내일 손질할 것 등등.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면 천천히 작업을 시작해도 좋다.


모든 요리는 대체로 재료 손질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정작 불 앞에서 지지고 볶는 건 금방이다. 그러니 재료 손질하는 과정을 조금이라도 단축하고 싶다면 갖고 있는 레시피가 정확해야겠지. 레시피 순서대로 준비를 할 수 있는 데까지 다 해놓고 모든 게 끝났다면 이제 레디큐! 가스를 올린다.


센 불이냐 중불이냐, 팬의 뚜껑을 덮느냐 여느냐, 몇 분 정도 끓이느냐 정도만 숙지하면 이 단계도 대체로 수월하다. 최종 단계는 맛보기. 내 입맛에 맛있는가, 같이 먹는 사람이 맛있다고 말하는가에 따라 요리에 대한 자신감은 상승한다. 그러면 마음속으로 또 다음 요리에 대한 기대감을 품는다. '아, 다음엔 뭘 만들어보지?' 요리와 친해지는 과정이다.


사진 출처: 본인 제공


3. 설거지는 머리를 비우는 정화의 시간


맛있게 먹었다면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모두가 피하고 싶어 하는 설거지. 사실 설거지가 어려워서 피하려는 사람들은 없다, 귀찮아서 그렇지.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설거지는 바쁜 현대인들이 머리를 비우며 멍 때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어찌 보면 단순작업이다. 마른 그릇에 물을 묻히고 세제 비누칠을 하고 깨끗이 헹궈낸다. 그리고 물기가 마르도록 건조대에 엎어두면 끝. 요즘은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그릇을 내 손으로 한 번은 헹궈야 한다. 그러니 그냥 머리를 비운 채 깨끗이 그릇을 닦으며 하나의 정화 의식을 치르듯 임하면 어떨까.


사진 출처: 본인 제공


물론 요리는 어렵다. 칼도 잡아야 하고, 불도 쓰며, 때로는 뜨거운 기름도 다뤄야 한다. 조심하지 않으면 주방에서 일어나는 사고도 빈번하다. 또한 날이 갈수록 마트에는 반조리식품들과 밀 키트, 레토르트 제품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요리를 배우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튜브를 보든, 오프라인 요리수업을 다니든, 서점에서 요리책을 사 모으든 수단은 달라도 비슷한 이유들로 저마다 '요리 배우는 게 필요하긴 하다'라고 느낀다.


대체로 요리실력은 평소 먹는 것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빨리 는다. 내가 무슨 전문가가 될 게 아니라면, 요리는 잘하는 것보다 요리하기를 마다하지 않고 쉽게 접근하려 한다는 것, 주방에 들어가기를 꺼려하지 않고, 어려워하지 않는 마인드가 가장 중요하다. 그다음엔 정확한 레시피가 필요하다. 친정엄마가 전해주는 노하우, 서점에 나와있는 베스트셀러 쿡북, 저명한 요리 유튜버 등 내 스타일에 맞는 레시피를 찾아보자. 그럼 이제... 마트에 한번 가볼까?




이전 21화 이 많은 나라들 중에 인도네시아라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