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1월의 크리스마스

이집트 '콥트교'와 아기예수 피난교회

by Giving

#3일차:
리야드 킹 칼리드 국제공항을 떠나 카이로 국제공항에 도착


가족여행이나 출장으로 장시간 비행 끝에 도착하면 난 제일 먼저 공항의 이름을 찾아 기록한다. 공항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여행의 시작이라고나 할까...


리야드 킹 칼리드 국제공항은 정말 작아서 쇼핑할 곳도 없고, 앉아서 커피 한 잔 편하게 마실 곳을 찾기도 어려웠다. '사우디아라비아=오일 머니=부자 나라'로 알았던 나로서는 의아했으나, 왕족이 모든 '부'를 소유하고 있는 왕정 국가라는 가이드 설명에 이해가 갔다. 역시나 스타벅스는 있었다. 드넓은 공항 너머로 붉게 물드는 노을을 보며 비행기에 올라 리야드를 떠났다.



사우디 전통 음식이라는 기내식은 후무스 같은 음식에 고기완자가 나왔다. 오트밀이 올려진 진한 요거트와 멜론은 맛있었다. 후무스를 좋아해서인지 먹을만했지만 역시 크라상이 제일 반가웠다.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에 먹다가 민망하지만 한 장 찰칵.

좌석구성은 2-3-2 였는데 우리 좌석이 A와 C인 걸 보니 B가 없다. 항공사마다 알파벳 중 사용하지 않는 것이 다른가보다. 기내에서 검은 차도르와 니캅을 입은 승객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2시간의 비행 후에 드디어 카이로 국제공항 도착했다.



총으로 무장한 경찰/군인들이 공항에서 승객들의 보안검색을 했다. 이집트 어느 곳에서나 관광객들은 가방 검색대를 통과해야 했고 무장한 경찰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수하물을 찾아 버스에 싣고 이른 점심식사를 위해 카이로 시내로 들어갔다. 버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카이로 시내는 20년 전에 보지 못했던 풍경이었다. 아니, 기억하지 못했던 풍경일까? 무덤에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무덤마을, 먼지로 뒤덮인 도로와 창문에 널어놓은 빨래들, 얽히고설킨 전깃줄들... 수혜국에 비전트립을 온 것 같았다. 이집트의 경제 수준을 짐작할 수 있었다.



1월의 크리스마스

이집트 양갈비 전문식당에 도착하니 입구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있고 곳곳에 산타클로스 장식물이 눈에 띈다. 가이드가 이집트는 1월 7일이 크리스마스라서 바로 어제가 크리스마스였다고 했다. 거리 곳곳에서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보여서 때늦은 장식에 의아했는데 이해가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장식들이 이집트 사막만큼이나 색상이 단순하다는 것이다. 건물들, 특히 주택들은 모두 사막과 같은 황토색이나 노란색 정도였고 컬러들이 무채색에 가까웠다.


이집트 카이로 양갈비 전문식당 천장에 장식되어 있던 크리스마스 장식들. 화려한 우리네 장식과 달리 뭔가 아쉽다.


이집트 전체 인구의 90%가 무슬림이지만 한국처럼 크리스마스가 법정 공휴일이다. 이집트 인구의 10%는 기독교인 콥트교도이므로 크리스마스를 '콥트교의 성탄절'이라 하며 기념한다. 콥트교도는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여 성탄절에 양초와 전등을 가족과 이웃, 가난한 이들에게 선물한다고 한다.

콥트교의 크리스마스가 1월 7일인 것은 16세기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제정해 현재 널리 통용되는 그레고리력을 따르지 않고, 고대 로마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제정한 율리우스력을 따르기 때문이다 (율리우스력의 12월 25일은 그레고리력으로 13일 뒤인 1월 7일).


[ 콥트 정교회 Coptic Orthodox Church ]

그리스도교 중 오리엔트 정교회의 한 종파로, 고대 이집트 교회가 가지고 있던 전통을 많이 지니고 있다. 이슬람의 오랜 종교적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현대까지 교세를 이어와 현재에도 많은 신자들이 남아 있다. 이집트 인구의 10%가 콥트교도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20~25% 라고 한다.
방문했던 이집트 신전 곳곳에서 콥트 정교회의 십자가를 볼 수 있었다.

(출처: https://namu.wiki/w/%EC%BD%A5%ED%8A%B8%20%EC%A0%95%EA%B5%90%ED%9A%8C)


이집트는 칼리프 우마르가 점령하기 전까지는 그리스도교 지역이었으나 이슬람 세력이 지배한 이후로는 무슬림들에게 차별을 받았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성공의 기회가 없었던 탓에 콥트교인들은 카이로 부근 협곡 '성 시몬 동굴 성당' 부근에서 쓰레기를 처리하면서 사는 마을 (쓰레기마을)을 형성했다. 올드 카이로는 곳곳에 기독교 역사가 남아 있어서 가는 곳마다 성지 순례였다. 마음의 감동이 컸다.




아기예수 피난교회 (The Church of Abu Serga)

요셉, 마리아는 아기 예수(the Holy Family)를 데리고 헤롯 왕을 피해 팔레스타인에서 이집트로 와서 3년간 머물렀다. 이동 중 올드 카이로 (Old Cairo)에서 3개월간 지하 동굴에서 지냈는데 이곳에 세워진 교회가 바로 '아기예수 피난교회 (the Church of Abu Serga)이다.


아기예수 피난교회는 성가족이 헤롯왕을 피해 애굽으로 피난하던 중 머물던 성스러운 장소에 건축된 것이다. 가장 중요한 명소는 예배당 아래 위치한 지하실인데초기 교회의 잔재가 남아있다.

좁은 골목에 들어서니 왼쪽 벽 위에 마리아와 아기예수 장식이 있었고 조금 더 가니 아기예수 가족을 조각한 현판이 보였다. 마지막 지도는 아기예수 가족의 이동 경로이다


교회에는 12명의 제자를 의미하는 기둥이 있는데 그 중 하나 (앞에서 두 번째)가 가롯 유다를 상징하는 붉은 기둥이다. 예배당 아래가 아기예수 가족이 머물렀다는 지하 교회


이어폰으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휙 하니 들어갔다가 쓱 하고 나오는 바람에 뭐가 뭔지 정신이 없다. 다행히 '성 세르지오와 바커스 교회 (The Cavern Church of Saint Sergius and Bacchus)'를 간단히 소개하는 게시물이 있어서 얼른 사진을 찍었다. 이 게시물 덕분에 정신없이 찍어온 사진들의 의미를 이제라도 알게 되었다.

아부 세르가(Abu Serga)로 알려진
성 세르지오와 바커스 교회 - 올드 카이로

(특징) 천장을 받치고 있는 12개의 기둥들이 교회를 3 parts로 나눈다. 기둥은 12 제자를 상징하는데 그중 11개는 코린트 양식 Crown을 가진 대리석이고 하나는 crown이 없는 화강암이다. 교회는 노아의 방주 형태를 따라서 건축되었다.

(교회 랜드마크)
1. 지하 동굴 내부에 있는 돌 제단과 세례용 세면대
2. 제단 위의 나무로 만든 돔(dome). 가운데에 예수그리스도
3. 프레스코 벽화. 5세기경 예수 그리스도
4. 서양식 문 앞의 침례소(the Immersion)
5. 성 가족이 사용한 우물(water well)
6. 세례용 세면대(sink)
7. 오리지널 나무 제단은 박물관으로 이동. 현재는 대리석 제단이 설치됨
8. 제단 복원 중 Saint Bashnouna 성체 발굴
9. 서로 다른 시대에 제작된 3 부분으로 구성된 그리스정교의 성화벽


사진들을 보다 보니 의미는 몰라도 열심히 찍기는 했다. 교회 랜드마크의 흔적들이 핸드폰 사진 곳곳에서 발견된다. 덕분에 여행의 추억도 소환하고 교회의 역사를 잠시 엿보는 기분 좋은 시간을 가졌다.


교회 랜드마크 중 (2) 예수그리스도가 그려진 나무 돔, (3) 예수를 그린 프레스코 벽화, (7) 대리석 제단. 귀국해서야 이 사진들을 보면서 의미를 알았다


(그림 설명) 성 세르지오와 바커스. 로마 귀족이자 막시미아누스 (Maximianus) 황제의 위대한 군인이었다. 황제의 명령과 고문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신앙을 지켰다


관광객들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사진을 찍으며 지나가는 와중에도 교회 의자에서 기도하는 신도들이 있었다. 교회가 관광지가 되어 버린 탓이겠으나 덕분에 이곳을 방문할 수 있어서 내게는 기쁨이었다.


아기 예수 피난 교회를 나와서 다음에는 모세 기념 교회를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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