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께
이번에는 제가 처음으로 고사리나물 반찬을 직접 만들어봤는데, 어떠셨어요? "특별히" 제주 고사리였어요.
돼지 수육도 처음으로 해서 드렸잖아요. 정육점에서 그렇게 많은 양의 삼겹살을 덩어리로 사본 건 처음이었어요. 아마 아버님도 그렇게 큰 덩어리를 혼자 드셔야 했던 건 처음이셨을 걸요? 제 사랑이에요~
그런데 아부지, 이렇게 불러도 괜찮지요?
이번에는 아부지 드실 음식을 준비하며, 제게 이전과는 다른 생각이 들었어요. 작년까지는 일 년에 한 번 차려드리는 밥상이고, 많은 것을 준비하는 것도 아니니, 준비한 밥상에 아부지가 기쁘시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거든요. 아시잖아요. 우리는 서로에게 나쁜 감정이 없다는 걸요. 그러니 제가 밥상 차리면서 무슨 나쁜 마음이 들겠어요. 그런데 이번에는요, 음식을 준비하며 아부지에게 섭섭해서 혼자 투덜거리기까지 했잖아요. 들으셨어요?
아부지, 매번 밥을 이렇게 오셔서만 드시지 마시고, 요즘 유독 힘들어하는 아들을 위해서 밥 한 끼 사주시면 좋잖아요?! 어깨도 토닥여주시고! 굼실 굼실 넘기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덕담도 해주시고.. 아직 세상을 배워야 하는 나이인 아들이라 비빌 언덕이 필요한데, 안 계시니 그렇지 않아도 곰 같은 사람이 요즘 더 곰상이에요. 아 글쎄, 이제는 아부지 목소리조차 기억나지 않는다잖아요.
물론.. 아부지도 분명히 안쓰럽고 힘이 되어주고 싶으시겠지만, 그런 마음만으로는 부족해요. 진짜로 오셔서 안아주시고, 토닥여주시고, 필요한 조언도 해주시고.. 남편이 실제로 느낄 수 있는 아빠의 따듯한 온기가 필요해요. 그리고, 살아계셨다면, 이렇게 단풍이 예쁠 때에 어머니랑 여기저기 다니면서 여행도 하시면 얼마나 좋아요. 벌써 제사가 열두 번째인데, 어머니는 올해도 우시더라고요. 왜 그리 빨리 떠나셔서!
저는 아부지를 모르지만, 남편에 따르면 아부지는 온화하셨다고 해서.. 설령 그렇지 않으셨을지라도, 올해는 제가 할 말을 해야겠어요. 하실 수 있다면, 아들 꿈에라도 오셔서 아들을 좀 안아주세요. 목소리를 다시 떠올리게 말씀도 건네주시구요. 네가 대신 좀 안아주겠니, 같은 부탁은 반사! 아.셨.지.요?! 다음 제사상은 더 맛있는 걸로 차려드릴게요오. 히히.
* 오늘의 감정 [안타까움]
(힘든 남편과 슬퍼하는 어머니를 보기에) 딱하여 가슴 아프고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