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술술이세무사 Nov 21. 2023

세무사 달력

세무사의 하루

*세무업계에는 새해 달력을 거래처에 선물하는 관행이 있다.



오늘은 개업 후 처음으로 달력을 주문하는 날.


주문을 위해 '한국세무사회'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세무사의 경우 달력주문은 일반적으로 '한국세무사회'를 통해 진행)


탁상달력 개당판매가는 2,490원

현재 거래처 갯수로 보아 20부면 넉넉하다.

20부 x 2,490 = 49,800


전단지 영업실패로 140만 원을 날리고 나니 점심 값 500원 차이도 아쉬운 상황

그렇지만 남들 다 하는 것도 안 한다면 그것은 기본도 못하는 것이다.

5만 원 이면 눈 딱 감고 결제할 수 있는 금액


'좋아! 가자!'


확고한 의지와 함께 '주문하기' 클릭만 남아있는 순간

파란색 글귀 하나가 눈에 띈다.


ㅣ상호인쇄 : [개인(법인)사무소] 상호로 인쇄, 최소 50부 이상부터 주문



'술술이 세무사' 상호와 주소를 넣어 인쇄하려면 최소 50부 이상을 주문해야 하는 것이다.


'거 좀 그냥 해주지, 치사하게..'


50부 x 2,490 = 124,500원


상호 인쇄를 위해 30부를 추가하면

124,500 - 49,800 = 74,700원


7만 5천 원이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내 형편에 결코 적지 않은 금액..


금방 주문하고 마무리하려던 계획은 어느새 미궁 속으로 빠졌다.



술술아 단돈 7만 원 때문에 모양 빠지지 말자.

7만 원이면 백반정식 10일 치야!

사람이 밥만 먹고사냐?

거래처에서 달력의 날짜를 볼까? 네 상호를 볼까?

네 이름으로 된 달력 하나 정도는 있어도 괜찮잖아.

남는 달력은 어쩌려고, 전단지처럼 쌓아둘 거야?



천사와 악마의 속삭임처럼 치열하게 진행된 내적갈등의 시간

한치에 양보도 없던 그 과정도 이제 끝이난 것일까?


드디어 마우스 커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20부 주문완료. 




후기


올해는 주문실수로 달력이 40부 가까이 남았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