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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치 May 15. 2024

미중 양국의 체제·이념 비교

- 화성에서 온 한국인들...


미중 패권전쟁의 실체는 체제·이념적 요소가 결합된 전략적 경쟁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나라인 미국은 중국과의 전쟁을 ‘민주주와 독재와의 싸움’으로 규정했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와 시장경제’를 내세우는 중국은 자국 체제가 더 민주적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양 체제 중 어느 것이 더 우수한가? 시스템은 운영 결과로 말한다. 코로나19 사태 시 드러난 미국의 민낯과 미중 패권전쟁은 미국의 쇠락과 중국 굴기 추세를 확인했다. 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도 변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약 70%는 미국 편인데 반해, 관련 여러 지표·현상들은 대략 미국 편 30%, 중국 편 70% 수준이다.       

미국·영국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2021년 6월, 미국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발표한 16개국 1만 6,254명 대상 여론조사 응답자의 80%는 “미국은 민주주의의 이상적 모델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미 국민의 85%는 “미국의 정치시스템에 중대한 변화 내지 완벽한 개혁이 필요하다.” 고 믿는다. 2022년 10월 발표한 영국 케임브리지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70% 이상의 국가가 미국보다 “중국을 지지하고 있다.”

     

국제사회와 달리 유독 한국인들만 거꾸로 가는 걸까? 지피지기를 잘못한 탓일까? 


아니다. 가스라이팅으로 고착화된 반공·진영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일 것이다. 지피지기는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세계는 지각을 흔드는 미중 패권전쟁을 주시하고 있다. 양국 정치경제 체제의 장단점과 실체는 감출 수 없다. 제11화에서 논의할 양국 간의 체제 공방의 논리에서도 가감 없이 드러난다.

     

1. 미국의 정치·경제 체제     


정치: 자유 민주주의 

    

미국은 자유 민주주의 종주국    

  

미국식 민주주의의 요체는 선거와 권력분립, 자유다. 정치체제는 직접 선거제도와 대통령 중심제(임기제), 삼권분립 등으로 대변된다. 대통령 중심제를 탄생시킨 미국은 사실 입법권과 예산권을 독점한 ‘의회 중심’의 대통령 중심제다.

      

미국의 정치체제는 20세기까지만 해도 지구촌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선진적인 제도로 인식되었다. 단극 패권국이 된 이후 미국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앞세우고 세계의 미국화 (시장화·민주화)를 추구했다. 절대 권력이 절대 독재하며 부패해 절대 몰락의 길로 간 것이다.

     

탐욕과 일방적 예외주의가 낳은 미국의 대내외 부정의들은 민주주의 실패와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를 초래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의미했다. 실패한 미국식 자유민주주의와 금융자본주의가 더 이상 지배적 원리가 아니게 되었다. 금융위기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미국과 세계경제를 구하고, 성장을 견인한 중국식 모델이 우수함을 증명했다.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   

  

영국 이코노미스트 지의 국가경제평가기관 EIU는 2022년 보고서 제목을 ‘중국의 도전’으로 붙였다. 중국이 서구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모델에 도전한다고 본 것이다. 2023년 보고서는 민주주의 국가의 종주국이자 대표 격인 미국을 세계 29위로 평가했다. 미국은 7년 연속 ‘결함 있는 민주국가’로 분류되었다.     

 

미국은 20세기 100여 년 동안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성취의 증거였다. 그런 미국이 가장 실망스러운 민주주의 국가가 된 이유는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미국은 소수 자본·기업이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 


미국 정치권은 국익이 아닌 자본의 이익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경제 엘리트와 기업 이익단체들은 정치를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방안의 코끼리'는 누구도 몰아낼 수 없다. 정치적 기부와 로비는 정치권력을 자본을 위한 도구로 만든다. 2020년 미 대선 캠페인 비용은 40억 달러, ‘쩐의 전쟁’이었다. 공짜는 없다.

    

둘째, 미국식 선거 민주주의 폐해는 심각하다. 


미국 의회와 정부의 거의 모든 정책은 국민의,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선거에 의한, 선거의, 선거를 위한 것이다. 정책의 최우선 고려사항은 2년마다 있는 중간선거와 대통령, 주지사 선거에 도움이 되느냐의 여부다. 눈앞의 지지율만 따지며 집권을 위해 수단·방법을 안 가린다. 집권 후에는 도움 준 사람들과 부·권력을 나눈다.

       

셋째, 치명적 징후는 타락한 민주주의와 당파주의에 따른 기능부전이다.


이는 미국 안보에 가장 큰 도전이고 위협이자 모든 것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미국 민주주의 실패의 원인에는 실로 다양한 ‘미국병’이 있다. 미국병으로 무너진 정치행정 시스템에서 대안을 기대하 것은  무리다.

    

미국 지도자들도 자국의 민주주의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현 위기의 밑바닥에 민주주의 실패가 있다고 생각한다. 해리스 부통령은  "모두가 주의하지 않고 지키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흔들리고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민주주의가 21세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관한 의문이 미국 앞에 놓인 도전과제”라고 말했다.

     

미국식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치체제   

  

미국식 민주주의는 정말 가장 덜 나쁜 정치체제가 아니다. 영국과 인도의 처칠과 네루 수상은 민주주의 정치를 아주 나쁜, 최악의 정치체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나마 민주주의가 다른 체제보다 더 낫다고 보았다. 하지만 21세기 초 미국식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치체제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동안 미국이 전파해 온 자유 민주주의와 인권은 거짓 위선이 된 지 오래다. 미국에서 민주주의라는 미명 아래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 세력은 돈(로비), 총기, 백인, 미디어, 군대, 마약을 가진 자들 뿐이다. 일반 국민은 결정을 내리고, 혜택을 누리는 세력이 아니다. 무엇보다 미국의 정치 수준과 민주주의를 결정하는 일반 국민들에게 깨어 있는 민주시민 의식과 행동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큰 문제다.

     

미국은 당초 국민에 의한,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가에서 ‘자본·시장’, 즉 기업들의 로비가 정치를 좌우하는 기업을 위한, 기업의, 기업에 의한 국가로 변했다. 민주주의의 기능이 정지된 기능부전 상태다. 고질인 ‘미국병’과 함께 마약·노숙자, 도둑들로 엉망진창인 대도시의 거리 무질서는 ‘소돔과 고모라’를 상기할 정도란다. 샌프란시스코의 스타벅스에는 의자와 화장실이 없다. 미국에는 약 4,000만 명의 빈곤층과 약 65여만 명의 집 없는 노숙자들이 있다.


     

경제: 자유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워싱턴 컨센서스  

   

그동안 미국의 경제체제는 대내적으로는 자유 시장경제와 시장 자본주의, 대외적으로는 ‘워싱턴 컨센서스’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기본이었다.

    

당초 미국 주도의 자본주의 패러다임은 시장 중심의 경제체제였다. 국가의 과도한 시장 개입과 과다한 재정지출, 지나친 정부규제를 비판했다. 금융·무역의 자유화와 민영화를 핵심으로 하는 미국식 모델인 워싱턴 컨센서스는 ‘작은 정부, 재정 건전성, 무역·통상·투자 자유화, 공기업 민영화’를 강조했다. 이 컨센서스는 사실 미국 기업들이 진출하기 좋은 해외시장 만들기였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내건 개혁의 목표는 성장의 가속화였다. 미국은 세계가 부를 더 많이 나누어 가질 수 있으려면, 그전에 먼저 미국이 더 많은 부(富)'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야말로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는 미국과 세계경제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미국을 따라 배우기 했다. 그러나 미국이 제국화돼 지나친 규제 완화와 부도덕이 지배하면서 자유와 시장이 실패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식 경제모델은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에도 결코 좋은 결과를 제공하지 못했다.

      

통화주의에 입각한 신자유주의에서 ‘자유’는 ‘기업 활동의 자유’일 뿐이었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지도 못했다. 이리 떼(초국적 자본 등)에게 주어진 자유는 양 떼에게는 죽음이었다. 금융자본주의, 패권적 자유무역에 의한 축적과 빈부격차 증대는 2011년에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는 저항을 낳았다. 1:99 사회가 된 미국에서 젊은이들은 소득 양극화와 불평등, 탐욕스러운 금융시스템의 타파를 외쳤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소득 불평등이 증대한 반면, 성장은 둔화했다. 미국식 자유방임주의 또는 자유시장주의라는 선언적 구호 아래 거대한 약탈 금융 자본주의, 마피아 자본주의, 카지노 자본주의가 판을 쳤다. 이에 미국 내에서 민주주의의 실패에 따른 시장경제의 실패를 국가가 개입, 극복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2022년부터 미국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수단이었던 워싱턴 컨센서스를 스스로 허물고 있다. 미국 정부가 취한 구제금융, 경기진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 기업 보조금 지원, 보호주의 무역 등 일련의 정책은 기존의 워싱턴 컨센서스에 역행하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정부의 중국기업 보조금 지원이 미국 경제와 기업을 위협해 부득이 중국보다 더 국가 자본주의적인 기업 지원과 관세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2. 중국의 정치·경제 체제

     

정치: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는 중국의 역사 및 전통적 철학사상과 융합된 사회주의를 의미한다. 또 서구의 발전모델, 자유주의에 기반한 정치경제 체제와 구분되는 중국식 발전 경로와 중국식 정치경제 체제를 의미한다. 이 체제는 간접 선거제도와 국가주석 (사실상) 종신제, 일당독재, 현능주의 등으로 대변된다.

       

중국인들은 “공산당 없는 신중국은 없다(沒共産黨 沒新中國)”고 노래한다. 또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살릴 수 있었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중국을 발전시켰다. 이는 역사의 결론이고, 중국인민의 선택이었다.” 고 믿는다.  

    

이와 함께 중국인들은 정치적 능력주의를 표방하는 중국모델로서의 ‘현능주의 민주론’이 미국식 선거 민주주의보다 낫다고 주장한다. 현능주의는 권력세습이나 무분별한 선거에 의한 부적절한 지도자 선출 가능성을 차단한다. 오랫동안 단련되고 검증된 사람만을 지도자로 뽑는 것이다.


현능주의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바람직한 정치원리로 인식돼 왔다. 그리스 시대 플라톤의 정치철학과 로마제국의 200년 태평성세였던 5현제 시대는 물론, 수백 년 동안 교황청의 정치원리이기도 했다. 유능하고 깨끗한 최고의  공무원들이 나라를 운영하는 싱가포르 정치체제는 현능주의에 입각해 있다. 시진핑 주석이 미국식 민주주의가 중국을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고 확신하는 이유가 아마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시장경제의 장단점 

    

중국은 ‘국민에 의한 정부’는 아니지만 ‘국민을 위한 정부’로서 사회안정과 경제발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왔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과 ‘국가(당)의 보이지 않는 손’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시너지 효과를 내왔다. 그 결과가 현재의 부상·굴기한 중국이다.

    

신시대 시진핑의 중국은 ‘공부론(共富論)’을 내세우며 다 같이 잘 사는 나라를 추구하고 있다. 국가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아담 스미스가 『자본론』에서 주창한 가장 자본주의적이고 부자인 나라는 미국 아닌 중국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보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즉 국가 자본주의가 더 다 같이 잘 사는 평등주의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정치경제 체제는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특색의 민주에서 가장 기본인 사회주의 정치원칙과 정치제도는 세계의 보편과 거리가 있다. 덩샤오핑이 제시한 ‘4항 기본원칙’은 경제발전 과정에서 반드시 ①사회주의 ②인민 민주독재 ③공산당 지배 ④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특색에는 다당제와 대의제가 없다. 중국에서 민주주의란 사실 인민을 위한 중국공산당의 지배를 의미한다. 인치가 아닌 법치, 의법치국(依法治國)을 표방하고 있으나 중국은 공산당이 국가의 법체계 밖이나 위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현능주의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능력을 갖춘 불세출의 영웅은 없다. 철인통치와 이상국가론의 21세기 판인 현능주의는 절대 권력의 남용 가능성이 있다. 권력의 도덕적 정당성을 납득시키기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당신은 지금의 중국에서 살고 싶은가?’란 질문에 선뜻 손을 드는 외국인들이 많지 않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갖고 있는 여러 한계는 더 많은 혁신과 매력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 중국 특색 사회주의 시장경제, 국가 자본주의, 베이징컨센서스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이후 본격적으로 시행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통상 국가 자본주의와 ‘베이징컨센서스’로 통용돼 왔다. 근래에는 ‘중국방안’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중국 경제는 특정 이데올로기에 얽매지 않고 자본주의나 사회주의가 아닌 제3의 길을 걸어왔다. 미국식 자본주의와 대비되는 중국식 국가 자본주의는 시장보다는 국가가 경제를 조정·통제하는 정부 주도의 경제발전 모델이다.


중국모델의 하나인 ‘베이징 컨센서스’는 저개발국의 발전을 위한 대안이다. 권위주의 체제 하에 시장경제적 요소를 최대한 도입하되, 점진적인 경제 개혁과 균형 발전을 강조한다. 강력한 리더십을 통한 정치적 안정, 점진적 개혁, 해당 국가의 실제와 역사적 맥락을 고려한 혁신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중국모델인 ‘중국방안’도 중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개발도상국의 현대화 모델이다. 중국은 자국의 성공에서 비롯된 '4개의 자신감(四個自信: 중국의 길·이론·제도·문화)’을 바탕으로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중국의 지혜와 중국식 접근으로 공헌하겠다.”는 야심 찬 꿈을 갖고 있다.

      

중국 부상의 주된 원동력은 강력하고, 일관적이며, 효율적인 공산당의 통치와 실용주의적인 경제정책의 결합에 있다. 경제적 효율성이 입증된 중국모델은 사실 중국만의 것이 아니다. 일본과 한국, 싱가포르, 대만 등의 경제가 걸어온 경로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모든 나라 또한 경제발전계획을 국가가 기획·조정하며, 적극 주도하고 있다.

      

중국 모델의 또 다른 장점은 필요한 변화를 추구하기 쉽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국가발전전략도 중단 없이 집중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미국식 선거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매일 국민 여론의 압력을 받는다. 2년 또는 4-5년마다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변화가 힘들다. 힘들게 만든 변화도 정권이 교체되면 모든 것이 부정된다. 장기적인 국가전략을 추진하기 어렵다. 


근래 모든 민주주의 국가가 권위주의 국가보다 경제 성장이 느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거다. 

     

중국 현대화의 역동성은 비평등주의와 물질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식 특색을 가진 사회주의 정치체제는 자주성을 유지하면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개발도상 국가들에게 매력적인 모델로 선택받을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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