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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Jan 07. 2024

달달한 초콜릿 그리고 갈레트

연초부터 달달


Bonne annee!

열흘간의 휴가를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했다.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은 한국인 기준으로는 다소 격하게 양볼에 비즈를 하며 새해를 축하하고 건강하고 좋은 일이 있길 바란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다들 어디를 갔다 왔는지, 뭐를 먹었는지,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보냈는지 근황을 물어보면서 주섬주섬 가져온 초콜릿을 티테이블에 올려두기 시작했다. 어느 부서할 것 없이 테이블 위로 꽉 찬 초콜릿들. 다들 선물로 받은 초콜릿을 연휴 내내 먹다 먹다 차마 다 끝내지 못하고 사무실로 가져온 것이다.


시댁에서도 초콜릿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매년 크리스마스엔 한국으로 초콜릿을 보내주시곤 했는데 올해는 남편이 과감하게 사양했다.


'이제 그만 보내'

'그럼 크리스마스 선물 뭐 줄까?'

'현아가 갖고 싶다는 컵이 있는데 그걸로?'


남편이 올해는 미리 방어한 덕분에 우리 집은 초콜릿이 쌓이는 변고를 피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동료들, 특히 어린이가 없는 집은 크리스마스 때 선물 받은 초콜릿으로 이스터까지 먹는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지겹다.


우리의 최애 갈레트


그리고 1월 6일, 주현절이 돌아왔다. 이 날은 프랑스의 빵집들 모두 갈레트를 굽느라 바쁘다. 여러 가지 버전이 있지만 남부를 제외하고는 아몬드 필링인 프랑지판이 주류라고 한다.


역시나 주현절 전날인 금요일부터 동료들이 부지런히 갈레트를 사다 날랐다. 아침에 분명히 갈레트를 조금 먹었는데 점심 먹고 나니 또.. 무슨 갈레트가 화수분처럼 솟아나는지. 동료들이 성화라 또 한 조각 먹고 자리로 돌아왔다.


회사에서 자꾸 군것질을 하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내가 말하지 않으면 딱히 이런 걸 챙겨 먹지는 않는 사람이라 주말에는 둘이 먹을 것을 따로 사기로 했다.


작년 1월에 동네 빵집을 돌아다니며 맛을 본 결과 우리 입맛에 딱 맞는 갈레트를 찾을 수 있었고, 올해는 더 둘러보지 않고 그 집에서 4인용 길레트를 사 먹었다.


달달하고 고소한 프랑지판도 바삭바삭한 타르트의 식감도 좋았다.


보통 베이커리에서는 1월 6일뿐만 아니라 1월 한 달 내내 갈레트를 구입할 수 있는데 이번 달이 가기 전에 한 번만 더 사 먹어야지.


프랑스 대통령이 있는 엘리제 궁에서도 매년 XXL 사이즈의 갈레트를 구워서 나눠먹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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