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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코 Dec 31. 2023

남프랑스의 올리브 나무

시댁 나들이 


동네 산책하면서 지나간 정원이 엄청 넓은 집


연말 연휴를 맞아 시댁에 다녀왔다. 보통 프랑스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에 가족들이 모여 저녁식사를 한다는데 작년엔 내가 한국에 있어서 남편 혼자 집에서 고양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시댁에 가라고 했는데 도통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올해는 시어머니가 12월 내내 포르투갈로 여행을 다녀오셨고(크리스마스 당일 복귀하셨다), 이래저래 조율해서 가족들 시간이 되는 29일에 모이기로 했다. 


지중해와 맞닿아 있는 남프랑스는 갈 때마다 설렌다. 심지어 남쪽으로 내려가는 고속도로 이름마저 낭만적이다. 태양의 고속도로 (l'autoroute du soreil, 리옹에서 마르세유를 연결하는 A7 고속도로)라니. 대체 누가 붙인 이름일까? 몇 달간 계속된 비로 축축하고 안개 낀 동부에서 이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동안 기온이 10도쯤 올라갔다.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회색이었던 하늘이 파랗게 변해가는 걸 보는 것도, 평소 같으면 한마디 했을 남편의 음악 선곡조차 좋았다(보통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 음악을 튼다...). 


평생 살면서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걸 본 적이 없다는 남편은 올 겨울을 유난히 힘들어했다. 여름장마가 익숙한 나한테도 두 달 내내 비가 오는 론알프스의 겨울은 좀 힘들었다. 날씨가 성격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건조하고 햇볕이 많은 이곳에서 나고 자란 시댁 식구들은 확실히 기질이 다르다고 해야 할지. 일 년 내내 내려쬐는 햇볕에 그을린 피부, 운동으로 단련된 건강한 체격의 유쾌한 성격들. 심지어 옷도 밝은 색을 선호한다. 시댁 식구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도 새해에는 운동을 좀 해야겠다는 반성의 시간도 가졌다.



프로방스 지역은 올리브 오일로도 유명한데 어딜 가나 올리브 나무가 많다. 심지어 시댁 정원에도 올리브 나무가 자란다. 잔뜩 먹고 모처럼의 햇살을 만끽하러 산책을 나갔는데, 길에도 다른 사람들의 정원에도 올리브나무 천지였다. 12월인데도 따뜻한 햇살 그리고 불어오는 바람에 섞인 올리브 잎 냄새. 아 우리 회사가 남부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론알프스 우리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미친 듯이 비바람이 몰아친다. 안개로 가시거리가 10m 밖에 되지 않아 산책도 못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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