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지난 크리스마스 때는 난생처음으로 진짜 나무를 사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다. 한동안 집 안에 나무 냄새가 진동을 해서 숲에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자연스럽고 예쁜 데다 고양이들도 좋아해서 일회용(?) 나무 사느라 쓴 돈 29유로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동료들 말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져서 부지런히 치워야 한다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처음부터 엄청 싱싱한 나무였던지 한 달이 넘도록 쌩쌩했다.
문제는, 이 나무를 대체 언제 치울 것이냐..
12월 초에 사서 한 달 내내 크리스마스 느낌을 낼 수 있는 건 좋았는데 문제는 1월 중순이 되자 슬슬 짐스러워졌다. 볼 때마다 이걸 치워야 되는데, 데셰트리(폐기물 처리장)에 나무를 싣고 갈 것이냐 잘라서 집 근처 숲에 던져둘 것이냐(이웃들은 그렇게 한다고) 남편이랑 고민하다가 결론 없이 끝난 게 벌써 3주째.
이번 주에는 봄을 기다리며 주문한 꽃이 도착할 터였다. 월요일에 출근 준비를 하면서 남편에게 말했다.
"이번주에 꽃 온단 말이야. 크리스마스트리 이번주에는 진짜 치워야 해."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할게"
퇴근하고 집에 오니 진짜 거실 구석에 있던 나무가 사라졌다.
"어? 진짜 치웠네? 어디 갔어?"
"벽난로 앞에! 벽난로 불 피우자"
".. 겨울 다 지나가고 지금?"
그렇게 춥지는 않았지만(낮 기온이 15도였다), 벽난로에서 타들어가는 나무를 보면서 멍 때리고 있는 건 좋았다. 여전히 벽난로 코 앞에만 따뜻했지만, 눈이 살짝 맵긴 했지만, 나무 타는 냄새도 좋았다. 치치도 벽난로가 마음에 들었던지 벽난로 앞에 둔 바구니에 들어가서 한 참을 누워있었다.
느긋한 저녁이었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