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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Feb 05. 2024

시댁에 내려가길 거부한 남편

혼란하다 혼란해


원래 이번 주말은 시댁이 있는 남부로 갈 예정이었다. 시동생과 그의 여자친구인 마리앤이 휴직하고 장장 9개월간의 세계여행을 가기 전 송별 파티가 있어서 호기롭게 가자고 말을 해두었는데 남편이 ‘또’ 직전에 퇴짜를 놓았다.


결국 주말내내 고양이들과 집에있었던 우리


“그냥 나 혼자 오토바이 타고 갔다 올게”

“어디를? 남부를? 500km 도 넘는데 무슨 오토바이 같은 소리 하고 있어. “

“운전해서 가면 자기 피곤하잖아. 별 것도 아닌 파티인데 그냥 나 혼자 오토바이 타고 후다닥 갔다 올게. “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릴 하고 있어.. 굳이 혼자 가려거든 기차 타. 아님 운전해서 같이 가”

“기차 비싸. 자동차는 너무 오래 걸려서 지겨워. 나 오토바이 아니면 안 갈래.”


할 말을 잃은 나. 시어머니와 동일한 대화를 한 그. 시어머니도 아들은 보고 싶지만 그 고집을 아는데 어떻게 오토바이를 타고 내려오라고 하겠는가. 결국 그와 시어머니의 긴 통화는 이렇게 끝났다.


“오지 마 그럼”


와 진짜 똥고집 진짜. ”야 넌 시어머니가 자주 못 보는 아들 눈 빠지게 기다리는데 거기다 이렇게 초를 치고 싶냐? 가뜩이나 동생도 오랫동안 못 볼 건데. “ 했더니 어차피 자주 안 보고 살았고 자기는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단다. 가려고 했는데 엄마가 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며. 그 상황에서 어느 부모가 자식한테 위험하게 500km를 오토바이 타고라도 오라고 하겠냐. 넌 답을 정해놓고 물어본 거다 이 매정한 인간아.라고 했더니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는 미안하지 않으니 그만하잔다. 지난 달에 인사하면서 눈물 흘리던 시어머니 생각을 하니 내가 다 짠하다.


아 나는 좀 바람 쐬러 가고 싶었는데.. 월요일 연차도 냈는데.. “딱히 쉴 필요는 없으니까 출근해야겠다.” 했더니 자기도 이상하지만 나는 더 이상하단다.


“그렇다고 굳이 출근을 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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