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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Feb 26. 2024

닭튀김으로 겨울 보내기

많이도 먹었다


재작년 처음 프랑스에 도착했을 때 후라이드 치킨이 먹고 싶어서 튀김기를 구입했다. 튀김 온도를 맞추지 못한 건지 튀김옷이 별로였던지, 아니면 이미 튀긴 닭을 쌓아놔서 기름에 절여진 건지 모르겠지만 1리터가 넘는 기름을 사용하고도 내가 생각했던 바삭바삭한 치킨은 먹지 못했다.


그 이후로 튀김은 나의 영역이 아니구나 하고 잊고 지내다가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치킨에 대한 욕구가 스멀스멀 다시 올라왔다. 마침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무쇠냄비도 구입했겠다. 이번에는 솥에 닭을 튀겨보자!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닭을 튀겼는데. 세상에. 이번에는 정말 바삭바삭하고 맛있게 튀겨졌다.




후라이드 치킨보다는 닭강정에 가까운 식감이었지만 뭐 어떠랴. 그 이후로도 주말만 되면 닭을 튀기면서 춥고 우중충한 겨울을 보냈다. 튀김 반죽과 섞은 닭을 튀김기에 한꺼번에 다 넣으면 기름 온도가 확 낮아지기 때문에 여러 번 나눠서 튀겼더니 닭을 튀기는데만 거의 한 시간이 걸렸다.


한국에서는 배달앱 터치 몇 번으로 먹을 수 있는 치킨인데, 여기서는 한 번 먹으려면 재료 준비부터 양념에 재우고, 튀기는 시간까지 다 하면 최소 두 시간.


온 주방이 기름냄새..


할 일없는 프랑스 시골에서 겨울을 두 번 보내는 동안 내 요리실력이 많이 늘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피자 말고는 외식하는 일도 거의 없고 어지간하면 다 만들어 먹는 것 같다. 덩달아 남편의 요리실력도 늘었다.


겨울이 올 때만 해도 우울증에 걸리겠네 빨리 한국 가고 싶네, 이 시골에서 겨울에 뭘 하고 지낼 것이냐 등등등 온갖 걸로 투덜거렸는데 거의 매주 새로운 레시피를 시도해 보고 맛있는 걸 만들어 먹다 보니 이제 패딩재킷이 필요 없는 날이 왔다. 역대급으로 따뜻한 1월과 2월을 보내는 중. 출퇴근할 때 해가 떠있는 걸 보니 겨울은 이렇게 끝이 났나 보다.



그동안 겨울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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