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 살인사건

by 김문

사건번호 2023-0GK2. 비가 추적추적 내린 직후라 더더욱 어둡게 느껴지는 밤, 김 형사는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서는 습한 공기가 더욱 답답하게 느껴졌고, 현장 주변으로는 폴리스 라인이 설치되어 있었다. 김 형사는 폴리스 라인이 걸리적거린다는 듯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사건현장을 살펴본다. 피해자의 사체는 산산조각이 났다. 말 그대로, 산산조각이었다. 피해자의 숨통이 끊어지는 것만으로는 모자랐던 모양이다. 이 정도라면 가해자는 분명 피해자에게 아주 지독한 원한이 있었던 것 같다. 사체 절단면이 거친 걸 보니 계획살인보단 우발적 살인에 가까운 모양새다. 그나저나 사망 원인은 무엇일까? 후두부에 있는 타박상? 과연 저게 직접적인 원인일까? 한참 생각에 잠겨 있는 김 형사에게 후배 오 형사가 다가와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한다. 이번 살인사건 피해자 신원입니다. 피해자 이름은 피노키오, 나이는……잠깐, 컷! 뭐라고?


다소 장황한 서론을 가지고 있는 이번 주제는 ‘피노키오를 죽이면 기물파손인가? 살인인가?’ 이다. 이 이야기는 ‘팟칭팟’이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던 시절, 인터넷을 보다가 발견한 주제였다. 업무 집중이 제일 안 되는 점심시간 직전, 뭘 먹을까 고민하던 와중 이 주제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잠도 깰 겸, 현씨와 백씨에게 이 주제를 꺼냈다.

“오, 저 재미있는 주제 발견했어요.”

“뭔데요?”

“피노키오를 죽이면 기물파손인가? 살인인가? 이거요.”

“저는 기물파손.”

“오, 저도요.”

이 날이야 말로 셋의 의견이 일치했던 몇 안 되는 날 중 하나였다. 이야기의 중점은 ‘피노키오를 사람으로 볼 수 있는가?’ 였다. 살인의 정의는 ‘사람을 죽이는 것’인데, 피노키오를 죽이는 게 살인이 되려면 먼저 피노키오를 사람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한다. 피노키오를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사람처럼 말하고, 사람처럼 행동하긴 하지만, 본질은 어디까지나 나무인형이다. 피노키오랑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만큼 많은 정과 추억을 쌓게 되면 피노키오가 죽었을 때 분명 마음은 아프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노키오를 사람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그냥 마음 아픈 기물파손이 된다는 게 우리의 의견이었다.


이 이야기가 여기서 끝났다면 이 주제로 이야기를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참 피노키오를 사람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백씨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예전에 제가 했던 게임 중에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라고 자아를 가진 로봇이 나오는 게임이 있었거든요?”

게임을 잘 안 하는 나로서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게임의 줄거리는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로봇들이 인간들에게 무시당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로봇마다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서 주인공인 로봇이 하는 선택에 따라 엔딩이 다르게 나온다고 한다. 직접 해보진 않아서 사실 저 줄거리가 맞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흥미로웠던 건 로봇이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분노를 느끼고, 자신이 아끼는 존재가 죽으면 슬픔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여기에 나오는 로봇을 우리가 인간으로 인정을 해줘야 하냐, 이거죠.”

“와, 이거 감정이 들어가니까 어렵다.”

“근데, 로봇이잖아요.”

“그렇죠.”

“아무리 인간처럼 행동하고 감정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로봇은 로봇이죠. 본질은 어쩔 수 없어요. 그건 감정을 가진 로봇이지, 인간이라고 할 순 없죠.”

“그럼, 로봇이 자아를 가질 수 있을까요?”

“음, 아뇨.”

“저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제 주제는 ‘로봇이 과연 자아를 가질 수 있을까?’ 로 넘어갔다. 아무래도 4차산업과 가장 가까우면서, 이젠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을 만한 질문이지 않을까 싶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다들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겠지만, 나는 로봇은 자아를 가질 수 없다는 편이다. 이게 바로 인간과 로봇의 차이이지 않을까 싶다. 인간은 본인이 필요한, 또는 흥미를 느끼는 지식과 지혜를 스스로 습득하고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그걸 활용하여 새로운 생각에 도달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창의력이라고 부른다. 반면, 로봇은 스스로 습득하는 능력이 없다. 오로지 인간이 있어야만 습득하고 그에 맞게 생각하는 능력이 생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지식을 습득한다면, 그에 맞는 데이터베이스도 늘어나겠지만, 과연 그것을 로봇 본인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또한, 동시에 드는 생각은 ‘과연 로봇이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이다. 물론, 사람들의 데이터베이스를 입력해서 ‘내가 갖고 싶었던 선물을 받으면 기쁘다.’ 던지, ‘내 친구가 나에게 화를 내면 슬프다.’ 등의 감정을 느끼게 가르칠 순 있다. 하지만, 그걸 로봇의 감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만약에 로봇이 스스로 감정을 느끼려면 인간이 가르치는 게 아닌 로봇 스스로 감정이 피어 올라야 하는데, 그런 게 가능한 로봇을 제작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게다가, 로봇이 따라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인간의 감정은 종잡을 수 없다. 요새는 감정적인 사람을 피곤해하거나, 감정을 내비치면 약점을 드러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감정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감정만큼 사람을 잘 나타내며, 감정만큼 다채로운 건 없다고 생각한다. 같은 걸 보더라도 각자 느끼는 감정이 다르고,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고개를 내미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도 한다. 이 모든 감정들을 한낱 데이터베이스로 어떻게 설명이 가능하냐 이거다. 어? 이걸 회색 고철덩어리가 어떻게 이해하겠냐 이 말이다.


그래서 아무리 로봇을 인간과 똑같이 만들어도, 자아가 없기 때문에 로봇은 인간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자아가 있는 존재는 인간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양할 것 같다. 이전에 김영하 작가님의 ‘작별인사’라는 책을 읽었다. SF 소설이었는데, 이 소설 막바지에 인간들이 육체를 포기하고 컴퓨터에 본인의 데이터베이스, 즉, 자아만 남기는 걸 선택한다. 과연 이 모습을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육체 없이 자아만 남았을 때, 이걸 과연 인간이라고 할 수 있냐는 말이다. 나는 이걸 ‘인간이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었던 기억은 있지만, 이제 더 이상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존재. 자아는 인간의 일부이지, 인간의 전부는 아니다. 인간은 자아를 가지고 있지만, 자아를 들이밀면서 이걸 인간이라고 얘기할 순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참 복잡하다. 어떤 것 하나만 가지고서는 인간이라고 할 수 없다. 가끔 인간이란 존재가 너무 신성시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긴 한다. 물론, 인간이란 존재가 엄청 특별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신기하고 복잡한 존재인 건 사실이다. 아주 심오하고 복잡한 생각을 하기도 하고 아주 사소하고 단순한 이유로 살아가기도 한다. 속이 다 비칠 만큼 투명하게 행동하기도 하고, 속내를 감추고 아닌 척 굴기도 한다. 때로는 몸을 사리기도 하고,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움직이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고 느낀 대로, 직설적으로 얘기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상황을 고려해서 할 말을 아끼기도 한다. 인간의 프로세스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게 아무리 인간을 대체하고 인간처럼 뭘 한다고 해도 절대 인간이 될 순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그런데 왜 피노키오는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걸까? 인간처럼 자아와 감정도 가지고 있고, 비록 나무로 되어있지만 인간처럼 몸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피노키오를 인간이라고 할 수 없을까? 애초에 우리는 피노키오를 인간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피노키오를 볼 때 ‘인간처럼’ 이란 말을 붙인다. 애초에 인간이 아닌 인간처럼 생긴 무언가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에 피노키오를 인간이라고 생각했다면, ‘인간처럼’ 이라는 수식어는 붙지 않았겠지. 제법 인간 같은 생각을 하고 인간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우리는 그걸 인간 같다고 하지, 인간이라고 명명하진 않는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피노키오는 인간이 아니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순 있어도, 본질은 그냥 인간처럼 생긴 나무인형인 것이다.


자, 이제 사건번호 2023-0GK2는 살인사건이 아니다. 김 형사도 오 형사도 살인사건이 아닌 기물파손 사건으로 방향을 틀어 수사를 진행한다. 제페토의 나무인형을 처참하게 부숴버린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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