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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울 Feb 20. 2024

책, 책을 읽었다. 미친 듯이 읽었다.

“강의 중간 중간 해주시는 말씀들이 좋아요. 그런 감동적인 말씀을 해주실 때마다 메모했는데 다시 읽어도 감동이 있어요. 작가님이라 그런지 책을 많이 읽으셔서 그런지 인문학 강좌 듣는 듯해요.”

    

요양보호사 시험을 도와드리기 위해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에 적힌 최근의 댓글이다. (이 분은 교육원에서 정규 수업을 듣고 있는 제자, 선생님이다.)     


내 강의를 듣는 분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이건 강의장과 유튜브 모두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반응이다.     


한 부류는 강사를 떠나 “김옥수”라는 한 사람을 좋아하는 팬이 되어주는 분들이다. 강의가 종강되고 시험에 합격하고 나면 나를 다시 만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여전히 3년 동안 아니 가장 긴 인연을 이어가는 분은 5년이 되었다.     

 

5년 동안이나 종종 카카오톡으로 소식을 전하고 생일날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생일 축하 사연을 보내 감동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다른 한 부류의 사람들은 잔소리하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또는 시험에도 안 나오는 이야기를 한다면 잡언을 늘어놓는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욕심이라는 것을 알기에 비난받을 마음 한 칸은 열어놓고 강의도 하고 SNS 세상과도 마주한다.    

 

 나를 힘들게 하는  칸 보다 내 팬이 되어 한 사람을 기억해 주려는 마음들이 들어찬 칸이 크기에 오늘도 인문학 강의와 같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수업을 할 수 있게 해 준 것이 책이다. 강의 기에 대해 배운 적이 없고 노인 돌봄에 대한 경험이 없는 강사였기에 더 미친 듯이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직접 경험을 할 수 없다면 차선책인 간접경험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책을 만나게 된 계기는 [나는 강의하는 간호사입니다]라는 책에서 다루었다. 시간강사로 일을 하고 있을 때 강의가 줄어들어 생계를 위해 아동전집 판매사원을 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구매하게 된 동화책을 읽게 되면서부터 책과 동반자가 되었다.     


분야를 정해놓고 읽지 않았다. 동화책도 여러 파트의 책을 연결해서 읽었다. 과학과 역사를 연결하고 미술과 인물을 연결하며 연결고리가 만들어 주는 융합적 사고를 길러냈다. 이런 습관이 어른 책으로 넘어오면서도 이어졌다.     


요양보호사 양성강의는 의학, 간호학 파트와 관련된 지식만 서술된 책이 아니다. 물론 전문적인 지식을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전문적인 돌봄이 가능하다.


그러나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한 가지가 있는데 그건 사람이다.    

 

요양보호사는 사람을 돌보는 일이지 치매나 파킨슨처럼 질병을 돌보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에 대해 연구하고 살펴보고자 하는 마음과 노력이 동행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은 책을 읽으며 시작되었다. 어느 책을 읽어도 사람이 가진 본성과 특성을 빼놓고 서술된 이야기를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강 날 오리엔테이션에서 수업하는 내용 하나를 예시로 들어보려고 한다. 요양보호 업무목적을 설명할 때 표준교재에서는 매슬로우 욕구 단계이론을 통해 요양보호 서비스의 제공 순서를 결정하라고 한다.   

  

1단계가 배고픔, 배설, 목마름, 수면, 성과 같은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는 단계이다. 그리고 가장 상위 단계인 5단계는 자기완성, 삶의 보람, 자기만족을 느끼는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를 해결하는 단계이다.    

 

1단계의 욕구가 해결되지 않으면 인간은 이런 말을 하게 된다.     


“배고파 죽겠다.” , “목이 말라죽겠다.”, “졸려 겠다.”

그런데 이 욕구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말이 달라진다.    

 

“이제 좀 살겠다.”


 인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돌봄이 무엇인가?     


1단계의 생리적 욕구만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도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낼 수 있다.


 그런데 왜 식사를 준비해 주고, 대소변 조절을 도와 드리고, 적절한 수면 환경을 위해 침구와 옷의 청결 돕기를 하는 일이 하찮게 여겨지는 것일까?     


그건 일에 대한 가치를 찾지 못해서라고 말하고 싶다.   

  

“요양보호사가 파출부와 다른 것은 무엇입니까?”


“ 빨래하고 밥하고 청소하는 일을 배우려고 이 교육을 듣는 겁니까?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은 가치를 찾아보려 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재능이 아니라 가치 있는 것을 향한 태도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현장에서 어르신을 살려내는 일이야 말로 가장 가치 있는 일이고 귀한 일이다.     

요양보호사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냐고 묻는 질문에 해주고 싶은 대답이 많지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응급구조자처럼 현장에서 어르신의 삶을 구조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가치를 찾지 못해 비관적인 분들에게 마음을 활짝 열고 나아갈 수 있는 발걸음을 옮기는 수업을 하고 있다.     


어떤 지식도 마음 밭이 흙 길처럼 부드러워야 흡수가 된다. 아스팔트처럼 딱딱하게 굳은 그 길은 흡수가 아닌 범람을 하게 된다. 이런 모든 원리들은 내가 만난 책에서 터득한 기법이다.    

 

난 책을 읽을 때 하나를 마음속에 담고 시작한다. 한 단어와 한 문장이라도 내 삶으로 가져올 수 없다면 그건 독서가 아닌 시간낭비라고 생각한다.   


어느 분이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 질문을 했었다. 그 질문에 나는 “ It is mine. ”이라는 대답을 했다.


내 것을 찾기 위해 책 내용을 열심히 채굴(digging)  하다 보면 다이아몬드나 사파이어와 같은 광물을 발견한다. 그런데 그건 가공작업을 거쳐야 보석이 될 수 있다.     


책에서 만난 모든 광물들을 내 삶에 하나씩 적용하다 보면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보석을 찾게 된다. 그때 비로소 독서로 인해 언행이 바뀌고 강의가 바뀌고 삶이 변화된다.     


난 오늘도 그 자리를 지킨다. 혼자 읽었던 독서시간을 함께 하는 아침독서시간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독서를 하며 여전히 채굴 작업을 한다.     

사진 속   여인이 저 입니다.^^

나를 미치도록 행복하게 만들었던 책을 오늘도 미치도록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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