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울 Mar 19. 2024

제자들의 꿈을 사랑하게 되었다.

“저는 오늘 까지만 강사로 남겠습니다.”     


종강 날 제자들에게 전하는 인사말이다. 종강 날이니 당연한 것 아닌가? 이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지만 곧이어 전하는 멘트에 조금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내일부터는 스승이 되려고 합니다.”     


요양보호사 양성강의는 한 달여간의 시간이 지나면 종강을 한다. 그러니 강사로서의 역할도 그날과 함께 마침표를 찍을 수밖에 없다. 나 역시도 이렇게 마침표를 찍으며 걸어온 시간만 10년 정도가 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마침표가 아닌 쉼표를 찍기 시작했다. 요양보호사 양성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수업이 종료된 후 80시간의 현장실습이 이어진다. 이 시간 후에는 마지막 관문인 국가고시가 남았다.   

  

국가 자격증의 공통점은 시험에 합격이 될 때만 유효하다는 것이다. 불합격이 된다면 그동안 걸어왔던 모든 시간은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요양보호사가 아닌 양성 강의만 수료한 학생으로는 그 어떤 곳도 취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선택한 것이 스승으로 남는 길이다. 비록 수업은 종강이 되었지만 현장실습을 하는 10일과 시험장을 가는 전날까지 공부를 도와주고 있다.      


매일 아침 단톡방으로 과제를 전달하고 하루가 끌나 갈 무렵이면 과제 검사를 한다. 그 결과물을 엑셀파일에 작성해서 매일 제자들과 공유한다.   

   

매일 과제 검사를 하는 파일

20여 일을 이렇게 한다고 교육원으로부터 소정의 월급을 더 받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며 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내 안에 제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불러온 결실일 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자들의 꿈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젊은 나이에도 새로운 것을 도전하며 걸어가는 삶이 쉽지 않다. 그런데 나이 60세가  넘어 요양보호사 공부를 하러 오기도 하고, 심지어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65세 나이를 훌쩍 넘긴 학생이 오기도 한다. 내가 양성한 최고령 제자의 나이는 84세이다.   

  

이렇게 만나는 고령의 제자들은 그 어떤 분들보다 확실한 이유를 가지고 찾아온다. 시간이 남아서 또는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 자격증 하나 정도는 취득하기 위해 수강신청을 한 분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 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와 목적이 그 어떤 젊은 학생들보다 명확하다. 노인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부모님이 계시거나(노노 부양: 65세가 넘은 자녀가 부모님을 부양하는 경우) 또는 배우자가 있는 분들(부부 부양)도 있다.


그저 부모님을 잘 모시기 위해 또는 한평생 같이 살아온 내 남편과 아내를 더 정성스럽게 돌보기 위해 이 일을 선택하는 분들이다.     


난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 꿈을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쉬움도 미련도 남기지 않고 주어진 시간 동안 모든 사랑을 주고 싶은 그분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족요양이 아니어도 남은 삶을 누군가에게 나누어 주고 싶어 요양보호사 일을 선택한 제자들도 있다.      

어느 분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취득하는 자격증 아닌가요?


또는 50세가 넘어 할 일이 많지 않으니 그저 만만한 일이라 도전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이런 말은 요양보호사 공부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 없이 던지는 돌멩이와 같다. 그 돌멩이에 어떤 사람이 맞을 수도 있다는 예측을 전혀 하지 못하는 예의도 배려도 없는 발언이다.   

  

요양보호사 공부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절대 수강할 수 없는 수업이다. 320시간의 수업 이수를 해야 하는데 경제적 여유가 없다면 당장의 수입을 위해 어떻게 이 시간을 공부에 투자할 수 있다는 말인가.  

   

더불어 사람을 돌보는 일인데 어떻게 만만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오해를 하고 있는지 오랫동안 양성을 하고 있는 강사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경험해보지 않고 하는 말은 가치도 없고 신뢰성도 없는 말이다. 그러니 그런 말에 패배를 한다면 결코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다행히도 패배하지 않고 수강신청을 했기에 나와 만날 수 있었다. 그 발걸음이 어떤 의미였는지 알기에 난 꿈을 응원하는 지원군이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내가 그토록 사랑하게 된 것은 간절함이었다. 사랑을 주고 싶어 더 많은 사랑을 담고자 했던 제자들의 꿈이기도 했다.  

        

<간절함이 만든 하루 >    

내 안에 모든 것을 태워 버려도

아깝지 않은 것이 무엇이길래

불길에 휩쓸려 한 줌의 재가 되어도

나는 그 길을 걷고 있는가    

 

내 안에 모든 것을 말려 버려도

아깝지 않은 것이 무엇이길래

애타는 목마름의 갈증에도

나는 그 길을 걷고 있는가   

  

열망과 갈망이 없이는

굳어짐도

풀어짐도

피해 갈 수 없다.     

오로지 나에게 필요한 건 간절함뿐이다.     

2022.10.16.

나의 간절함이 선물 같은 시간이 되어 돌아온 날 적은 시다.     


지금 까지 살아왔던 내 삶은 단 하루도 간절하지 않았던 순간이 없었다. 나 역시도 오늘 이 글을 쓰기까지 내 꿈을 이루기 위해 간절함은 절대 양보하지 않으며 걸어왔으니까.

   

 그 덕분에 많은 행복과 마주하며 살아다. 그러니 내가 그 어떤 것보다 깊은 의미를 담는 것은 제자샘들이 들고 오는 간절함다.     


먼 훗날 나처럼 간절함이 만들어준 선물 같은 하루를 보내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 그 과정에 내 삶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 드린다면 어떤 망설임도 없이 나아가려 다.     


진심으로 그분들의 꿈을 사랑하는 스승이 되렵니다.  

                       


p.s)너울의  이미지 선물해 준

내 글의 팬이자 친구야!~~ 고맙다.^^

앞으로도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함께 걸어보자.

이전 07화 감동을 넘어 눈시울을 붉힌 눈물을 흘리게 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