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동행매니저, 요양보호사양성 강의를 할 때마다 만나는 자세와 행동원칙이 있다. 일정한 원칙을 정할 수는 없지만 원칙이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일을 하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다르다. 그러기에 원칙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교재에 명시해 놓은 원칙들을 순서대로 읽는다. 그러나 글자만 읽지는 않는다. 머리에만 쌓이는 지식 수업을 지양하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강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늘 같은 대답을 했었다.
“강의는 영화나 드라마처럼 감상평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살아낼 수 있는 태도를 바꾸어 주는 것이다.”
마음을 깊이 파고 들어가는 감동이 없다면 행동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그래서 행동원칙을 설명할 때마다 내가 삶에서 지켜가고 있는 원칙의 내용들을 먼저 소개한다. 그 이야기를 글로 풀어보려고 한다.
첫 번째, 인간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 있어야 한다. 사랑은 정의를 내리기가 어려운 단어다. 그 어떤 것보다 상대성을 가졌다. 소위 “내가 하면 사랑이요, 남이 하면 불륜이다. “ 이런 말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에 원칙으로 두고 있는 사랑이란 내가 주고 싶은 사랑이 아니라 상대방이 받고 싶은 사랑을 주는 것이다.
<사랑의 언어>라는 책에서 읽었던 어느 부부의 대화가 꽤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남편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은 적은 없어. 성실히 회사 다니며 가족들이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게 했고, 당신 생일이면 옷, 가방 등 원하는 것 모두 사주었고, 결혼하고 외도라는 것 없이 남편 자리 잘 지켰는데 왜 당신은 늘 불만이야?
듣고 있던 아내가 대답한다.
“다 좋은데, 내가 원하는 건 회사 일이 끝나면 집에 일찍 들어와 주는 거야. 당신이랑 얼굴 마주하며 저녁 한 끼 먹는 것이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거였으니까.”
남편이 생각하는 사랑과 아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한 방향이 되지 못한 채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거리가 더 벌어지지 않게 하는 것은 그 자리에 멈추어 서서 서로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다.
“여보, 내가 어떻게 해주면 당신은 기분이 좋아? 내가 무엇을 해줄까? 어떤 부분을 도와주고 채워주면 당신이 행복할 거 같아?”
이 질문은 내 삶에도 이미 함께 하고 있었다.
주말 부부를 몇 년을 했던 적이 있다. 서방님은 매주 금요일마다 집으로 온다. 그날은 아무리 바빠도 화장을 미리 지우지 않는다. 아니, 서방님이 도착할 시간쯤이면 내 얼굴은 화장을 덫 칠한 얼굴로 변신한다.
어느 여자도 민낯이 예쁜 여자는 없을 것이다. 가끔은 화장한 얼굴보다 맨 얼굴이 예쁘다고 말해주는 남편들도 있지만 과연 진심일까 라며 난 의심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나도 꾸민 서방님의 얼굴을 더 좋아하는 그런 여자이기 때문이다.
일주일 동안 보고 싶었던 마음이 조금은 사그라 들지 않게 하기 위한 하나의 배려이며 사랑이기도 하다. 내가 어떻게 해주면 당신은 좋을 것 같아?라는 질문에 서방님은 맨 얼굴보다는 화장한 얼글을 보는 것이 좋다며 웃음으로 답을 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로 난 금요일마다 화장을 지우지 않고 서방님을 기다린다. 지금은 주말부부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금요일의 약속은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부득이하게 회식이나 약속 일정이 있어 늦게 귀가할 때는 미리 알려달라고 했다. 저녁 8시가 넘어가면 화장을 하고 있기로 한 약속은 유효시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서방님의 동의를 얻은 약속이다.)
이렇게 화장을 하고 있는 아내를 바라보는 서방님은 나이 마흔이 지났지만 아직 납작배를 가지고 있다. 가끔은 아이 셋을 낳고 쭈굴 거리는 뱃살을 가진 나보다 더 탄력성을 가진 몸매를 뽐내기도 한다. 매일 헬스장에 발 도장을 찍으며 열심히 운동을 하는 사람이다.
“난 배 나온 남자보다 배 안 나온 남자가 더 좋은데.” 이렇게 말했던 내 말대로 건강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원하는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배려다. 어쩌면 이것이 진짜 사랑일지도 모른다. 이 글을 읽으며 참 독특한 부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우리 부부는 이렇게 사랑한다.
그럼 돌봄을 제공하고자 하는 동행매니저나 요양보호사는 대상자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이렇게 하면 만족하겠지.” ,“이 정도면 될 거야.” 이런 단언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하고자 하는 모든 행동과 계획들을 돌봄을 받는 분에게 친절히 설명해서 동의를 받고 진행하는 과정을 누락시키지 않아야 한다.
“제가 이렇게 하고자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제가 어떻게 해 드리면 좋으실 것 같으세요?” 이런 질문 하나만 해도 상대방은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배려와 존중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열심히 한다고 무조건 다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열심에 어떤 것을 넣었느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진다. 열심히는 좋은데 될 만한 열심히를 찾는 것이 진정한 사랑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