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많은 아이>, 이다랑
(*2023년 8월에 쓴 글입니다.)
저희 아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참 많이 떨리고 설레는 봄을 지나, 벌써 여름방학을 맞이했네요. 제 하강시절을 떠올려보면 3월은 늘 '새로움'이라는 설렘보다는 긴장과 두려움으로 지냈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자극에 많이 긴장하는 저와 똑닮은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저와 똑같이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아이를 볼 때입니다. 제 안에 있는 불안과 두려움을 다루는 데에도 많이 서툴렀는데 엄마가 되었거든요.
저희 아이는 다섯 살 여름에 첫 기관에 갔습니다. 36개월까지는 엄마무릎학교에서 키워보기로 했습니다. 다섯 살이 되면 기관에 보내기로 했지만 코로나라는 큰 변수가 생겨서 6개월정도 미루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2020년 8월에 처음 엄마와 떨어져 등원이라는 것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아이의 첫 기관 적응은 아이보다 제가 더 불안해하고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는 아이가 잡은 옷자락을 뿌리치고 나와야 했던 기억, 교실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나도 모르게 울컥했던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불안이 많은 엄마가 불안이 많은 아이를 만든건 아닌지 자책을 많이 했던 시절입니다.
그 이후에도 유치원을 2년 동안 보내면서 불안이 많은 아이라는 것을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여섯 살 때 첫 유치원을 가면서 울지않고 등원하기 까지 넉 달정도 걸렸는데 일곱살때도 비슷했습니다. 일곱살때에는 같은 유치원이라 적응기간이 줄어들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같은 유치원이지만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 새로운 교실에 대한 적응이니까 새로운 기관에 간 것이나 마찬가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새학기마다 적응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는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아이를 보며 정글과도 같은 초등학교 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서더라고요. 초등학교 입학은 첫 기관에 보낼 때 만큼이나 제가 더 긴장하고 불안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매년 새학기를 시작할 때마다 이렇게 지내야 하나' 좌절하고 있던 저에게 단비같은 책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뷸안이 많은 아이> 입니다.
<불안이 많은 아이>의 저자는 기질육아 콘텐츠로 알려진 그로잉맘의 대표입니다. 이 책은 저자의 부모상담경험과 육아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입니다. 저의 오래 묵은 고민들을 세세하게 또 다정하게 다독여주는 책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이 저에게는 행운입니다.
프롤로그에 저자가 자신의 아이에게 처음 신발을 신겼던 일화가 나옵니다. 저 또한 비슷한 일화가 있는데요. 아이에게 처음 후리스라는 겨울 점퍼를 입히고 곰돌이 모자를 씌웠는데 얼음이 된 채로 엄청 울더라고요. 저는 그 모습이 너무도 귀여워 사진을 찍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아이는 처음 느껴보는 털복숭이 촉감이 낮설어 울었던 거였어요. 또 저희 아이는 문화센터에 가도 열심히 참여하고 활동하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수업시간 내내 엄마 무릎에만 앉아서 다른 아이들과 선생님을 지켜보기만 했어요. 저는 '그래, 보는 것도 공부야.'라며 아이를 떠밀거나 억지로 시키지 않았어요. (그 다음부터는 문화센터수업은 듣지 않게 되었습니다.ㅎㅎ)
이 책에서 이런 특성은 아이의 기질로 인해 나타나는 것인데, 이 기질은 아이가 태어날 때 타고나는, 일종의 성격을 만드는 재료라고 합니다. 아이가 불안과 두려움이 많은 것이 잘못된 양육태도의 결과가 아닌 아이가 가진 특성이라고 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불안과 두려움이 많은 아이를 자녀로 둔 부모들은 '아이가 많은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타고난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 아이가 불안과 두려움을 조금은 덜 느끼는 아이로 자랄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덜 느끼는 것보다 조절할 수 있도로 도와주자고 말합니다. 그 방법으로 '공감'과 '기다림'을 제시하면서 어떻게 공감을 해주면 되는지, 어떻게 기다리면 되는지, 잘 안되는 부분까지도 어떻게 노력하면 되는지 세세하게 쓰여있습니다. 저자 또한 불안이 많은 아이를 키우며 좌절과 다시 일어섬의 반복을 겪었지만 결국엔 해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육아상담전문가이자 엄마인 저자가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을 위해 덤덤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에 참 많은 위로와 용기를 얻었습니다. 일전에 그로잉맘 이벤트에 당첨된 적이 있어 대표님을 짧게나마 만나 대화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참으로 따뜻한 햇살 같은 분이었습니다. 그 때 만났던 대표님의 모습 그대로 참 따뜻하고 다정한 필체입니다.
불안과 두려움이 많은 아이와 함께 하며 내 마음 같지 않은 육아에 지친 부모님들 계시나요? <불안이 많은 아이>를 통해서 내 아이와 다시 시작하는 행복한 육아의 첫 걸음을 떼보아요.
이미지 출처: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