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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ma Nov 22. 2024

새로운 관계에서 발견한 나의 모습

나는 나로서 이미 충분하다.


올해 운명처럼 다가 온 사람이 생겼다.

사실 처음 순간부터 알아봤지만 첫 느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꾸준히 관찰하며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고 내 인생 최고로 오랜 시간의 썸을 탔다.

어느 정도 아는 상태에서 관계를 시작하는 게 나의 성향에 더 맞다는 것을

지난 몇 년간의 반복된 경험을 통해서 깨닫게 된 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서서히 호감이 생겼고 더욱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절정에 달했을 때

우리의 관계는 시작되었다.

그와의 일상은 재밌고 편안하고 따뜻하다. 나랑 비슷한 점도 많고 다른 점도 많아서 그런지 여느 연인과 비슷하게 설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와의 관계에서 내가 최근에 발견한 나의 모습이 있는데 나조차도 신기해서 한번 적어보고 싶었다.




내 과거의 관계를 생각하면 상대방에게 질투와 집착이 매우 심했다.

물론 지금도 그런 감정들이 아예 없어진 건 아니지만 조금은 결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친구를 만나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하면 그게 그렇게 화가 나고 알 수 없는 질투와 외로움이 올라왔다.

나를 만날 시간에 다른 사람이랑 좋은 시간을 보내다니. 어이가 없네

나와 있을 때 보다 더욱 끈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겠군.

혹은 나를 만나기 전부터 오랫동안 이어온 그들의 우정에 질투를 느끼기도 하고 심지어 오늘 분명 즐겁게 데이트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 그가 그의 취미활동을 통해 무엇인가가 채워짐을 느끼면 우리가 보낸 시간은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 같은 허점함이 올라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취준 시절 만났던 사람이 있었는데 함께 서로의 진로에 대해서 고민하던 중

나는 여전히 내가 뭘 해야 할지 내 꿈은 무엇인지 찾지를 못하고 괴로워하는데

그가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고 자신의 밝은 미래에 대해서 토해해는 모습을 보고 질투와 두려움이 함께 몰려왔다. 이것은 남자친구뿐만 아니라 오래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여왔다.

심지어 가족에게서까지.


마음공부를 시작한 후에는 이게 나의 결핍에서 비롯된 마음이고

그것은 어린 시절 내가 원하고 필요한 순간에 곁에 없었던 부모님의 회피성향과 거친 말로 나를 대했던 다른 가족들에게서 받은 내면아이의 상처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인이 된 후에도 나의 관계는 어릴 때 받았던 상처를 되풀이하는 관계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내면아이를 만나고 나면 내가 지금 왜 이런 감정이 드는지, 왜 억울한지, 왜 질투가 나는지, 왜 두려워하는지, 왜 불안한지 정확히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그 아이를 붙잡고 하염없이 운 적도 많았고 외롭고 힘든 마음을 붙잡고 몇 장에 걸쳐 글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길 바랐던 나의 관계는 그저 거기서 거기를 왔다 갔다 할 뿐이었다. 이런 조급함은 다시 욕심으로 스스로를 다그치기 시작했고,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도 스스로를 괴롭히는 모습이 안쓰럽다가도 다시 또 화를 내기도 하는 나날들이 반복되었다. 그럴 때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 아이를 마주 보고 안아주는 시간을 충분히 보내려 노력했다. 그것이 되지 않으면 나의 일상이 무너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그 이후 새롭게 처음 시작한 관계에서 나는 작은 변화를 발견했다.

이 사람은 친구도 많고 외향적이고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것을 즐겨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딱 딱 정해진 것을 좋아하는 나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대로 삶을 유연하게 살아가는 상대방을 보면서 처음에는 이런 반대되는 성향에 불안함이 올라오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역시 나랑 비슷한 사람은 없구나.라는 생각에 좌절도 됐었다.


하지만 점점 이 사람을 알아가면서 

우리가 같은 모습이든 다른 모습이든지 간에

있는 모습 그대로 우리는 아름다우며 그것을 존중해주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나와의 관계에서 채우지 못하는 욕구나 결핍을 다른 곳에서라도 채워진다면 그 얼마나 다행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그것을 굳이 억지로 다 채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이미 존재 자체로 그 사람에게도 우리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충분하다는 것을.

내가 꼭 그것을 채우지 않아도 내가 절대 부족한 게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온전히 모두 다 품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우리의 관계에서 서로 채울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한들 그것은 결코 서로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마음.

또 나라는 사람의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도.

그렇지만 내가 가진 크기와 상관없이 나는 이 세상에 유일하고 단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그러니 상대방이 친구랑 좋은 시간을 보내느라 나에게 연락이 조금 늦어져도 나는 불안해하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고 그에게 집 도착하면 카톡 남겨달라는 말과 함께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리고 다음날 귀엽게 와있는 카톡을 보고 감사함과 충만함이 올라온다.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상대에게 요청할 수 있는 힘도 커졌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의 행복과 편안함을 바라면서 존중과 감사함이 있는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관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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