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이 없고 허리만 삐죽 솟아
펑퍼짐한 엉덩이를 깔고 앉아 있다
몸무게가 얼마가 될지라도
마음은 비어 있어
항상 영(零)을 가르키고 있다
태산이 명동해도 움직이지 않지만
조그만 사물이 올라와도
바늘이 화들짝 놀라면서 감격한다
어쩔줄 모르다가 겨우 진정하여
지나가는 기러기가 연못에 비치듯
삶의 무게를 살며시 가리키는 바늘
내 몸의 저울 바늘은 어디로 가고 있나
쑤셔 박혀있는 모난 돌들의 부딪히는
소리만 가득하다
부둣가에서 하역하는 인부들
허리 부러지도록 실은 허욕들 부리고
빈배가 될 날은 언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