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열다섯 살이 된 지 얼마 안 돼서 있었던 일이다. 서구권에서는 열다섯 살이 꽤나 중요한 나이다. 한국에서는 12세 이상 관람가와 15세 이상 관람가 사이에 큰 차이가 없이 받아들이지만 서구권에서는 철저하게 구분을 해서 아이들에게 영상물을 보여준다. 자녀가 15세가 되었다는 것은 부모로서는 이제 그 자녀의 독립성을 확실히 배려해 주고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만 15세면 고등학생일 때다.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고등학생이면 충분히 어른 대우를 해줬다. 하지만 지금은 대학생이 돼도 여전히 어린아이 취급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당시 인도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던 둘째는 전화기 너머로 조심스럽게 나에게 물었다.
"아빠랑 엄마는 내가 나중에 예수님을 안 믿고 교회를 안 다니면 어떨 것 같아?"
나는 마치 올 게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둘째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이미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주저함 없이 말했다.
"네가 교회를 다니지 않아도 바뀌는 게 없지. 너는 여전히 엄마, 아빠의 딸이고 우리는 여전히 너를 사랑할 거야!"
"정말?"
둘째는 반가워하면서도 믿기 어렵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아이들은 우리 부부에게 예수님과 신앙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기 때문이다. 둘째는 어려서부터 엄마, 아빠를 실망시키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다. 그러니 나한테 그 이야기를 할 때는 참 많은 고민을 하고 했을 것이다. 나는 우리 부부가 정말 그럴 것이라는 확신을 주기 위해서 내 어머니를 예로 들었다.
"공주 할머니(친할머니를 이렇게 불렀다) 살아계실 때 생각나니?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에 예수님을 믿고 세례를 받으시기는 했지만 그전까지는 교회를 안 다니셨잖아? 그래도 그것과 상관없이 아빠가 할머니를 사랑했잖아!"
이 말에 둘째는 안심이 되었는지 곧바로 이어 말했다.
"그럼, 나 이번 여름방학 때 한국에 가면 교회 안 가도 돼?"
그 말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는데도 막상 음성으로 들으니 내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태연한 척하며 대답했다.
"그럼, 이제 너도 열다섯 살이니 네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지. 엄마, 아빠는 그 결정을 존중하고."
이후로, 둘째는 자신이 크리스천 학교에서 느끼는 답답함과 예수님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솔직하면서도 편안하게 나눠줬다. 나는 그런 둘째의 모습에서 부모를 향한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그 해 여름방학 때 둘째는 한국에 있는 동안 교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리고 두 번의 방학 동안도 교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주일 예배에 참석하는 대신에 "대체 프로그램"에 참석했다. 지금은 한국에 머물면서 우리와 함께 교회에 출석한다. 하지만 본인은 여전히 믿음이 없다고 말한다. 나는 믿음이 없는데도 교회를 함께 가는 둘째가 고맙다. 그건 마치 '내가 예수님을 믿지 않아도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 것은 똑같아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내 귀에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