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수혈이 필요한 순간

하루 6잔 기본 아닌가요?

계속되는 코로나로 집 앞 외출마저 조심스러워지자, 집에서 커피를 즐기기 위해 커피 머신을 업그레이드했다. 그 덕분에 버튼 하나만 누르면 크레마가 가득한 아메리카노를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커피를 찾게 되는 순간, 그 이유는 단순한 갈증 해소가 아니다. 그것은 나의 감정, 스트레스, 그리고 나를 감싸는 일상의 복잡함과 얽혀 있다.

잠에서 깨어나기 힘든 아침, 나는 눈 뜨자마자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아침, 점심, 간식, 저녁을 먹으며 한 잔씩. 아이들을 재운 후에 다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렇게 커피 마시기는 나의 기본 루틴이 되었다. 때로는 육아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 커피 머신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고 나서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다. “엄마 커피 마시는 동안 부르지 마.” 

커피 한 잔은 나에게 잠시라도 숨을 쉴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해 주었고, 기분을 전환해 주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 나는 나도 모르게 커피의 노예가 되었다. 꼬박 커피를 마신 지 1년이 지나고 나니, 두통과 속 울렁거림, 때로는 구토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저혈압과 역류성 식도염도 함께 왔다. 이러한 몸 상태는 나에게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커피를 무작정 좋아했던 만큼, 그 의존도가 높았던 거다.

속에 구멍이 난 느낌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커피에 대한 생각이 사라졌다. 커피를 끊기로 결심한 후, 나는 그로 인해 찾아오는 금단 증상과 싸워야 했다. 나른함과 졸림, 그리고 불안정한 기분이 나를 괴롭혔다. 특히 심한 편두통은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그러나 그런 고통 속에서도 나는 몸의 변화를 느꼈고,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 점차 호전되는 것을 경험했다.

이 모든 과정은 나에게 '진정한 건강'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커피를 끊고 싶다면, 무엇이 나를 커피로 이끌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피곤할 때, 또는 아무 이유 없이 불안할 때 나는 언제나 커피를 찾았다. 특정 감정이 나를 커피로 이끌어내는 것을 인지하고, 그러한 순간에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진정으로 내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단순한 음료의 선택을 넘어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커피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는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었고, 필요 없는 습관들을 점차 정리하게 되었다.

이제는 커피 없이도 일상을 즐길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 가끔 커피의 향기가 그리울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즐겁게 마신다. 더 이상 커피 노예가 아니기 때문에 즐거움을 선택할 수 있다. 우리의 몸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만큼 더욱 건강해질 것이고, 그러한 변화는 결국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오랜만에 마신 따뜻한 아메리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