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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진 Oct 30. 2022

포켓몬 빵 원정대

지음이의 일기 7

포켓몬 빵 원정대 1

포켓몬 빵 구하기 대작전     


 요즘 포켓몬 빵 때문에 전국 편의점이 들썩인다. 우리 아이들은 유행에 민감한 편은 아니지만, 먹는 것에는 진심이다. 포켓몬 빵이 인기가 있으니 아마 정말 맛이 있어서 인기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부터 아이들은 포켓몬 빵이 먹고 싶다며 노래를 불렀다. 

 나는 아이들에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영상처럼 엄마가 새벽에 줄을 서서 빵을 구해주는 일은 없을 거라고…. 엄마에게 그런 기대는 하지 말라고…. 

 아빠도 거든다. “아빠한테 결제 링크 보내지 마라”


 아이들은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을 힘이 있었다. 포켓몬 빵이 언제, 어디에 들어오는지 알려주는 앱을 알아냈고 앱을 통해 집 근처 편의점 포켓몬 빵 입고 시간을 파악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치밀했다. 앱으로 알아낸 장소와 시간을 직접 매장에 가서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먹는 것에 정말 진심이다.      

 드디어 그날이 되었다. 평일에는 학교와 방과 후 스케줄 때문에 포켓몬 빵 입고 시간을 맞출 수 없었다. 아이들은 토요일을 목표 D-DAY로 잡았다. 토요일에 되어 친한 친구 한 명에게 긴급첩보를 알려주듯 어렵게 알아낸 정보를 전화로 알려주었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그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는 듯했다. 오전 8시쯤인가. 두 아이는 책가방에 있는 책과 필기구를 꺼내며 가방을 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허공에 대고 빵을 넣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일곱 개 정도 들어갈 것 같아.”     

 아이들이 집을 나선 지 한 시간쯤 되어 내 핸드폰에 알림음이 울렸다. 

“CC편의점 9800원”

‘대박. 성공한 건가?’ 

 나는 아이들의 실패를 예견했지만, 카드 결제 알림음을 듣고는 아이들 옆에서 한 개 정도 얻어먹을 수 있겠다고 내심 기대가 되었다.      

 아이들이 집으로 들어왔다. 빵을 못 구했단다. 자신들이 앱으로 직접 가서 확인한 빵 입고 시간은 평일 시간이었던 것이다. 오늘은 그러니까 토요일. 아이들은 평일과 주말 입고 시간이 다르다는 걸 알 턱이 없었다. 아주 큰 깨달음을 한 것 마냥 아이들은 주말 시간을 다시 알아왔다. 그리고 2시간 뒤 빵이 입고된다는 고급 첩보를 편의점 사장님께 직접 듣고 왔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카드에 찍힌 돈은 뭘까? 나는 물었다. 

 “근데, 그러면 편의점에서 뭐 산 거야? 돈 썼던데?”

아이들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 그거? 편의점 돌아다닌다고 너무 배가 고파서…. 희성이랑 다른 빵이랑 주스 사 먹었어”

 그렇게 사 먹은 빵과 포켓몬 빵 맛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지만, 아이들의 동심을 파괴할 수는 없었다.      

 편의점 사장님이 알려주신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은 다시 책가방을 메고 비장하게 집을 나섰다. 30분 뒤 아이들이 돌아왔다. 그런데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나는 생각했다. 

‘빵을 못 구했나?’

 그런데 아이들의 손에는 꼬부기 빵이 2봉지 들려있었다. 나와 남편은 아이들 손에 있는 꼬부기 빵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 어째 아이들보다 더 포켓몬 빵을 기다린 것처럼….

 우리는 이렇게 맛있게 빵을 나눠먹었다. 그 유명한 띠부띠부씰(스티커)도 구경했다.      

 그런데 우리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음 날 지음이의 일기장을 보았다. 지음이의 일기장은 일기가 아닌 편지가 있었다.         

                                                                                            


포켓몬 빵 원정대 2.

눈물 젖은 포켓몬 빵     


 4월 24일 일요일 

 희성이에게

희성아나 지음이야우리 토요일에 포켓몬 빵 사러 갔었지?

그때 너는 못 가지고 나만 가져서 속상하고 힘들었지?

미안해.

그때 나는 잘 몰랐어집에 오니까 계속 미안한 생각이 들더라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1개씩 나누어 먹으면 되는데.

정말 미안해.

그리고 이 빵과 주스는 선물이야.

다음부터는 이런 일 없도록 노력할게

파이팅

지음이가.


 이게 무슨 말인가? 

 그러고 보니 희성이랑 같이 빵을 사러 갔는데, 우리 아이들은 빵을 사서 왔다. 그것도 두 봉지나 사서 왔다. 그런데 희성이는 빵을 못 샀다고? 확인이 필요하다.      

 지음이를 불렀다. 내가 일기를 보고 있는 건 지음이가 아는 일이니 나는 내가 읽은 일기의 내용을 물었다. 지음이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엄마, 빵을 사러 갔는데, 사람들이 줄을 섰어. 그래서 우리도 줄을 섰는데…. 내 앞에서 빵이 딱 2개만 남았어. 나랑 누나랑 한 개씩 잡았는데…. 뒤에 있던 희성이 빵은 없었어. 희성이는 괜찮다고 했어. 그래서 진짜 괜찮은 줄 알았어. 근데,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까 희성이가 너무 속상할 거 같았어. 너무 미안해”     

 그때,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 나 팔을 다친거 같아.”

 은율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넘어졌단다. 서둘러 퇴근을 하고 은율이를 데리고 정형외과를 갔다. 손목 골절. 전치6주. 깁스다. 

 은율이의 표정이 어둡다. 나는 은율이의 다친 팔을 조심스럽게 만지며 말했다. 

“많이 아팠구나. 다친 손목으로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오는 길이 힘들었겠다.”

그런데 은율이의 의외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포켓몬 빵 사러 가다가 넘어졌어. 희성이한테 주려고...”

 이노무 포켓몬 빵같으니라고!      

 이제야 이해가 된다. 왜 빵을 사 온 날 아이들의 표정이 어두웠는지. 빵을 구하지 못한 친구에게 미안해서 빵을 기쁘게 먹을 수 없었던 것이다. 

 포켓몬 빵 때문에 그렇게 씩씩하던 지음이는 눈물을 보였고, 은율이는 깁스를 했다. 아마 빵을 구하지 못한 희성이도 집에서 눈물을 흘렸을지 모른다.

 지음이가 말했다. 

 “포켓몬 빵을 사서 희성이에게 주고 싶어”

 나는 지음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그래, 포켓몬 빵을 희성이에게 선물하자”

 방문 옆에 이 모든 대화를 듣고 있던 은율이와 아빠도 들어와서 말했다.

 “같이 찾아보자!”

 이렇게 우리는 포켓몬 빵 가족 원정대가 되었다.                



포켓몬 빵 원정대 3. 

우리의 원정은 계속된다.     


 우리의 목적은 하나다. 희성이에게 포켓몬 빵을 선물하는 것. 우리는 진지했다. 인터넷 검색을 잘하는 아빠와 은율이는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집 근처 편의점의 빵 입고 시간과 개수를 파악했다. 자전거로 빠르게 이동이 가능한 지음이는 편의점 사장님께 직접 요일별 입고 시간을 확인했다. 그리고 나는...이렇게 파악된 정보를 가지고 편의점 앞에서 긴 줄을 서며 빵을 기다렸다. 며칠 전 아이들에게 엄마가 편의점 앞에서 긴 줄을 서서 빵을 구해줄 일 절대 없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나 혼자서 피식 웃는다. 이렇게 몇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포켓몬 빵 한봉지를 손에 넣게 되었다.      

 두 아이는 직접 쓴 손편지와 포켓몬 빵을 들고 집을 나섰다. 지음이의 일기장 그림처럼 활짝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도대체 포켓몬 빵이 뭐길래. 우리 가족 전체를 포켓몬 빵 원정대로 만들까? 우리를 움직인 힘은 포켓몬 스티커 띠부띠부 씰도, 포켓몬 빵의 맛도, 희소성을 앞세운 마케팅도 아닌건 분명하다. 

 아무튼 이제 포켓몬 빵 원정대는 그만하고 싶다.      

 모두가 잠든 밤, 

“다닥 다닥 다다닥”

키보드 소리가 방을 채운다. 

애들 아빠 얼굴이 모니터 화면 빛에 비쳐 번쩍인다. 

 “아이유 팬 카페”

 아이유 팬인 은율이의 마지막 어린이날 선물을 위해 팬 카페를 가입하고 있는 남편의 모습이다. 예감이 든다. 우리의 원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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