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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진 Oct 30. 2022

초밥을 처음 먹은 날

지음이의 일기 9

초밥을 처음 먹은 날

2022.9.22.

 나는 원래대로 학교에 갔다가 공부방에 간 다음 집에서 공부를 했다

그런데 아빠가 초밥을 사오셨다난 초밥을 태어나서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그래서 처음에는 안 먹으려고 했는데 배가 고파서 연어초밥을 먹었다고소하고 쫄깃한 식감이 들었다그 이후로 오징어생새우장어 초밥들을 먹었다생각보다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이 맛으로 먹는구나...’라는 생각도 든다나는 초밥을 안 먹는 사람에게 추천해줄 수 있는 용기도 생겼다!     


가끔 저녁 5시 쯤 되면 은율이에게서 문자가 온다. “오늘 저녁 뭐 먹어요?” 이 문자를 받은 날은 분명 은율이가 먹고 싶은 음식이 있을 때다. 

“먹고 싶은거 있어?” 나는 답장을 했다. 

“초밥이요!!” 

 초밥은 어른들의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초밥이란 생선 날것의 물컹한 식감과 코를 톡 쏘는 와사비의 알싸한 맛을 가진, “도대체 왜 초밥을 먹어?”라는 질문이 나오게 하는 음식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은율이가 초밥을 먹기 시작했다. 시작은 계란 초밥으로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도전한 건 뷔페식당에 가서였다. 다른 사람들이 하얀 접시에 몇 개씩 초밥을 담아가는 걸 뚫어지게 보더니 은율이는 “초밥이 그렇게 맛있어?”라고 묻기 시작했다. 한 입, 두 입. 은율이는 이렇게 초밥에 입문하게 되었고, 이제는 먹고 싶은 저녁 메뉴 리스트에 초밥이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지음이는 아직 초밥의 맛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날따라 지음이는 초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 가족들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입은 돈가스를 씹고 있지만, 눈은 누나 입 속으로 들어가는 연어 초밥에 있었다. 

“누나, 그거 맛있어?”

“응, 너도 한번 먹어봐”

“한번 먹어볼까? 맛없으면 어쩌지?”

지음이는 초밥 크기보다 더 크게 입을 벌려 연어 초밥을 입에 넣었다. 입속의 공기의 맛으로 초밥 맛을 상쇄 시키려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눈을 질끈 감고 입안의 초밥을 씹기 시작했다. “어? 나쁘지 않은데?” 지음이는 이렇게 말한 뒤 다른 초밥들도 똑같은 방법으로 먹기 시작했다. 나는 사실 너무 놀라서 뭐라고 말도 할 수 없었다. 평소 음식을 좀 가려먹는 아이라 새로운 음식을 권할 때마다 저항이 있었는데...오늘은 권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초밥을 먹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아이와 함께 초밥을 먹다니! 우리는 서로의 입에 초밥을 넣어주었다. 선호하는 초밥의 종류도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집 근처 상가에 새로운 초밥 가게가 생겼다는 소식을 전하며 다음번 외식 날짜를 말하기도 했다.

 아이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정말 가슴 뛰는 일이다. 다음에는 무엇을 같이 먹어볼까? 올해 여름 부산에서 산낙지 앞에서 머뭇거렸던 아이의 얼굴이 문뜩 떠오른다. 그래, 다음은 산낙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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