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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진 Oct 30. 2022

추석동안 있었던 일

지음이의 일기 10

추석 동안 있었던 일

2022년 9월 11일 일요일     


  나는 추석에 친할머니댁으로 갔다거기는 의성이여서 조금 멀었다

할머니 댁에 도착했다할머니 댁에는 사촌과 고모가 계셨다

아침은 소고깃국과 각종 반찬이었다

맛있고 배부르게 먹은 뒤차를 타고 작승에 계시는 작은 할아버지 댁으로 갔다

가서 강아지들이랑 놀고 조금 있다가 저녁을 먹었다잔치국수였다그리고 늦은 밤에 집에 돌아왔다

그러고는 생각했다

조금 심심해도 이럴 기회는 몇 번 없으니 

즐겁게 놀다온 것으로 생각하자.”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이번에도 간단하게 하자. 그냥 평소 먹는 대로 국 하나 끓이고 밑반찬 내놓고 먹자.” 하셨다. 추석날 당일 일찍 출발해 의성으로 향했다. 식사 준비를 함께 하고 아침을 먹었다. 간단하게 하자고 하셨지만 상에는 다양한 반찬이 있었다. 밥을 다 먹은 후 어머니께서는 감주(식혜)가 있다며 감주는 소화제라며 한 잔씩 먹으라고 주셨다. 나는 너무 배가 불렀지만 주신 음식 감사한 마음으로 먹었다. 지음이도 감주를 좋아하는터라 한잔 꿀떡 받아 먹었다. 이렇게 식사가 끝나는 것 같았지만, 어머니는 곧 과일을 가지고 오셨다. 사과, 배, 복숭아, 자두, 포도(포도도 종류대로). 내 배는 더 이상 음식이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 결혼 13년차 터특한 방법인데, 이럴땐 빨리 칼을 받아들고 과일을 깎으면 된다. 처음에는 빨리 깎고 그 뒤에는 천천히 깎으면서 시간을 번다. 최대한 음식을 먹는 것을 미룰 수 있다. 그 후 어머니께서는 송편은 맛은 봐야 한다며 내오셨고, 한과는 여기 두면 아무도 안 먹는다며 주셨다. 아이스크림, 요플레까지 나온 후 우리들의 식사는 끝이 났다. 명절마다 살이 찌는 이유는 먹어야 하는 음식양이 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하자”라고 하셨던 어머니 목소리가 생각나면서 음식을 먹는 내내 웃음이 났다. 

 지음이는 강아지를 좋아한다. 시댁 마당에 묶여 있는 강아지의 이름은 칠석이다. 칠월칠석에 태어나서 아버님께서 이름을 칠석이라고 지으셨다. 칠석이의 엄마는 두발이다. 두발이는 몇 해 전 이 마당에서 칠석이를 낳았다. 사실 지음이는 칠석이보다 두발이를 더 좋아했다. 처음 두발이를 만났을 때 녀석은 이름도 없었다. 지음이가 올 때마다 반갑게 두발을 공중으로 들고 혀를 내밀며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어댔다. 그 모습을 보던 지음이가 언제부터 두발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의성에 갈 때마다 지음이는 두발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시골에는 산책이라는 개념이 잘 없다. 평생 마당에 목줄을 하고 메여 있기 마련인데, 지음이는 갈 때마다 두발이에게 산책을 시켜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두발이가 칠석이를 낳고 아버님 댁에서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울 수는 없게 되었다. 아버님께서는 어미 두발이를 작은아버님 댁으로 보내기로 결정하시고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작승에 두발이를 보냈다. 그 일이 있은 후 할아버지 댁에 오면 두발이가 아닌 칠석이가 지음이를 반겨주었다. 지음이는 칠석이도 예뻐했지만 칠석이를 볼때마다 두발이 이야기를 꺼냈다. 두발이가 보고싶은 모양이다. 

 이번 추석에 아버님 댁에서 아침을 먹고 오후에 작은아버님댁으로 인사를 갔다. 평소 차를 타고 멀리가는 걸 싫어하는 지음이는 그날따라 순순히 차에 올라탔다. 웬일인가 했다. 작승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바로 두발이 때문이었다. 그곳에 두발이가 있었다. 사실 나는 두발이와 칠석이 이야기를 알고는 있었지만 금새 잊어버렸다. 나에게 작승은 작은아버님이 계신 곳, 남편의 사촌들이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음이에게 그 곳은 두발이가 있는 곳이였다. 지음이는 한참을 마당에서 두발이와 놀았다. 머리를 쓰다듬고, 장난을 치고 놀았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보름달을 보며 지음이가 말했다. 

“다음에는 두발이와 칠석이 간식을 꼭 사서 와야겠어.” 


 보름달을 볼 때마다 두발이와 칠석이가 생각나겠지? 아이의 일기를 읽으니 끝나지 않는 식사시간의 풍성함과 두 마리 강아지와의 추억이 아이에게 남아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핸드폰도 게임기도 장난감도 없는 시골이지만 명절에만 경험할 수 있는 따뜻하고 즐거운 기억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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