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전부터 지치는 아빠의 '육아휴직' 시즌 2. 시작
그렇다....... 올해 3월부터 우리 부부는 가정에서의 포지션을 서로 바꾸기로 했다. 만 3년 간 육아휴직을 했던 나는 이제 자아실현을 하기 위해 직장으로 가는 것(앗싸!)은 과장이고, 사실 돈 벌러 간다. 그리고 남편은 그동안 쭉 해오던 일을 뒤로하고 가정에서의 육아와 살림을 전담하기로 했다.
남편은 과감하게 1년 육아휴직을 내고 3월부터는 전업주부로서의 삶을 살겠다고 했다.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확하게는 2018년 3월. 나는 육아휴직을 끝내고 둘째를 임신한 채로 직장으로 복귀를 했고 남편은 1년간 첫째를 도맡아 키웠다. 기관(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우리 남편이 전담해서 돌봤다. 주위의 칭찬이 대단했다.
"아빠가 육아휴직을 하다니. 대단해!"
"진짜 이런 아빠 없다. 대단해!"
그런데..... 어쩌다가 아빠 육아 시즌 2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 사이 아이는 하나에서 둘로도 모자라 셋으로 늘어났다. 두둥. 기억을 잘 떠올려보면 남편의 첫 육아휴직 시기에는 첫째 하나도 돌보기 힘들어 하루에도 몇 번씩 그리고 며칠 주기로 마음의 병이 생겼던 남편인데 이제는 호기롭게 아이 셋을 보겠다고 한다. 나에게 그동안 미안했단다. 자기는 직장을 다니며 일을 하는데 나는 커리어도 포기하고 경력 단절된 채로 3년 내리 집에서 아이만 보는 게 마음이 불편했나 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애 셋 육아는 이미 쉽지 않을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데? 나도 쉽진 않았는데 남편은?? 그래서 부제에도 '시작 전부터 지치는'이라는 말을 넣었다.
사실 이런 걱정은 들지만 눈 딱 감고 역할 바꾸기를 수락한 건 나도 살기 위해서이다. 육아휴직을 내리 3년, 총 4년을 하고 나니 전공 공부 치열하게 하고 힘든 시험을 통과해서 일을 하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어떤 날은 아침부터 밤까지 제대로 씻지도 못해 추노 꼴을 한 채로 지내서 슬프기도 했다. 자존감은 점점 바닥을 치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는 날은 진짜 눈물을 줄줄 흘렸다. 애꿎은 아이들에게 화를 버럭버럭 내기도 했다. 그런 내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이 속상해하며 복직 제안을 했고 나는 결국 그 뜻을 받아들여 직장으로 출사표를 던진 거다.
앞으로 흘릴 눈물들이 조금은 예상된다. 이성적이고 냉철한 나에 비해 사람을 많이 좋아하고 감성 충만한 남편이 육아휴직이라는 외로운 과정 속에서 겪게 될 감정 기복. 그런데 이러한 남편의 감정도 케어해야 할 내 몫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건 남편의 성향을 아는 내가 생각했을 때 확실히 닥칠 난관이다. 그리고 아이가 하나였던 아빠 육아휴직 첫해와 달리 지금은 아이가 셋이니 여러모로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한 편으론 한번 해봤으니 이번엔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긍정 회로를 돌려본다.
이왕 하기로 한 아빠의 육아휴직,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에피소드들을 일련의 글로 적고 싶어 졌다. 우리 가족의 평범한 삶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이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아빠가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는 아직도 흔하지 않다. 현실적으로 조금 다른 우리 가정의 모습을 진솔하게 글로 적어 공유하면 무엇보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남편이 처음 육아휴직을 했던 시기에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아빠 육아의 어려움을 공감해 주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남편의 친한 친구조차
"집에서 애 보면 일하는 것보다 쉽잖아~ 놀고 있는 거 아냐?"
라는 말을 하기도 했을 정도니.
그리고 아빠의 육아휴직을 지켜보는 아내의 불안한 마음을 공감해 주실 분도 찾고 싶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고 나는 일을 했던 2018년, 나름 나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남편의 어려움을 옆에서 지켜봐서 아주 잘 알지만 도와줄 방법을 찾지 못해 답답했던 내가 생각났다.
나의 글을 통해 앞으로 육아휴직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남편분, (남편에게) 육아휴직을 시킬까 말까 고민하는 아내분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일상을 의미를 담은 글로 남겨두면 1년 뒤에는 제가 조금 더 나은 아내, 조금 더 나은 엄마가 되어있을 것 같아 기록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남편, 나, 그리고 두 명의 딸, 막내인 아들> 우리 가족 5인의 성장 기록을 함께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육아의 단맛, 짠맛, 신맛, 쓴맛, 매운맛 다 나오겠지???? 정말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