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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고원 오프로드 트립

남미의 자연과 정치 (11)

by 서초패왕

오늘부터 우유니에서 육로를 통해 1박 2일 동안 칠레 산 페드로 아타카마로 넘어가는 장정이 시작된다. 해발고도 4,000~5,000m에 이르는 볼리비아 고원과 안데스 산맥의 풍경은 이국적인 것을 넘어 이세계적이다. 산소가 희박하기 때문일까, 큰 나무는커녕 모든 식생물의 높이가 사람의 허리춤까지 밖에 자라지 못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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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지나면서 알티플라노 고원지대, 플라멩코 호수, 버섯바위 등을 구경했는데, 색과 형태가 경이롭다. 이곳에 흐르는 강줄기와 호수들은 모두 분홍빛을 띠는데, 유황 성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프리카에만 몇 년 거주하며 여행했다는 이 선생님은, 아프리카에서 더 장대한 풍경을 이미 다 봤다며 안데스 고원을 넘어가는 동안 차에만 계셨다. 이동을 하며 이 선생님은 아프리카와 남미를 비교하는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남미의 대자연과 아프리카의 대자연이 우열을 논할 대상이 되나 싶다.


남미만 하더라도, 안데스 고원·아마존·파타고니아 등지의 풍경은 완전히 다르고, 어느 곳이 더 좋다고 할 수 없다. 빅토리아 폭포의 낙차가 크다 해도, 이과수와는 모습이 다를 것이다. 아프리카 어디에도, 5,000m 고원의 식생을 보진 못했을 것 같은데, 아프리카 기억에만 폐쇄적으로 갇혀 계신 것 같아 안타까웠다.


여행을 많이 못 다녔더라도,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풍경의 대자연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폐쇄적인 태도로 몇 백 곳을 다닌 기억보다 행복하고 풍성한 여행을 만들지 않을까.


저녁이 되니 볼리비아 국경에 많이 가까워졌다. 국경 근처 산 크리스토발 마을의 한 여관에서 휴식을 취한다. 하루 종일 지프차로 이동하는 건 확실히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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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오지는 맞나 보다. 여관에 전기는 18시에서 22시까지만 공급이 되고, 전등은 방에 하나뿐이다. 달빛을 벗 삼아 샤워를 해야 한다. 온수도 잘 공급되지 않는다.


우유니 투어 상품에는 전일 식사가 제공되는데, 식당을 이용하지 않는다. 여성 셰프님이 지프차에 같이 이동하며, 사막과 고원지대 등지에서 끼니마다 식사를 조리해주신다. 일종의 로드 트립 식사 느낌이다.


부모님이 고위 관료·법조인인 친구들이, 아버지의 해외 연수 기간 미국과 유럽에서 로드 트립을 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갓길에 정차해놓고 엄마가 코펠에 만들어 준 간단한 음식들이 기억에 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은커녕, 커서도 밥을 해먹는 장거리 로드 트립 경험이 없어 부러웠다.


하다 못해 어떤 몽골 가이드들은 고비사막에서 카레도 만들어주며 로드 트립 분위기를 낸다는데, 2019년 몽골여행 당시 현지가이드는 설명에도 시큰둥했던 불성실한 친구였으니, 그런 정성이 있을 리 만무하다. 드디어 안데스 고원 오프로드에서 로드 트립 식사를 경험한다.


평소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배우는 데는 아끼지 않는다는 가치관으로 살아왔기에, 새로운 경험을 할 때마다 행복하다. 열심히 돈을 벌어서 김 선생님이 한다는 남극 크루즈는 한번 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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