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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까마 사막의 초석 광산

남미의 자연과 정치 (12)

by 서초패왕 Mar 05. 2025

새벽같이 일어나 국경으로 향한다. 국경 근처로 오니, 고원도 절정에 달한다.  유황 가스가 곳곳에서 분출되는 곳에 이르니 고도계가 5,000m를 가리킨다. 건강에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가스 근처에서 가스를 계속 들이켜본다. 유독 가스였으면, 전문의 이 선생님이 말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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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미터 고도에 다들 힘들어한다. 하지만 나는 고산체질인지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높은 바위에도 기어 올라가도 아무렇지 않았다. 


유황 지대 근처에는 온천도 있다. 안데스 고원에서 유황 온천 안에 몸을 푹 담그고, 일출을 보았다. 산과 해, 그리고 온천은 정신 건강에 좋은 아주 훌륭한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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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장을 지나 볼리비아-칠레 국경에 도착했다. 생각해 보니 육로로 국경을 넘는 건 처음인 것 같다. 물론 유럽여행을 하며 국경을 여러 번 넘었지만, 모두 기차로 이동했고, 그나마 셍겐 협정으로 인해 입·출국 심사가 생략되었다. 유일하게 야간열차를 타고 헝가리에서 루마니아로 넘어갈 때 국경에서 검문이 있었다.


칠레에 도착하자마자 고도가 1,500m 수준으로 급하강한다. 반대로 기온은 계속 올라, 여름 날씨이다. 보온을 위해 패딩을 입고 있었는데, 이제는 반팔을 입어야할 판이다. 기온만 바뀐 것이 아니다. 물가도 천양지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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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버거집에서 콜라와 햄버거 세트를 시켰는데, 가격이 12,000칠레 페소란다. 한화 18,000원이 넘는다. 칠레가 (소국을 제외하고) 남미에서 가장 국민 소득이 높다고는 들었으나, 한국 물가 이상인 것이다. 칠레의 국경마을 산 페트로 아타까마는 매우 작은 마을이지만, 볼리비아-칠레를 넘어가는 여행객으로 언제나 호황이다. 아마 여행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칠레 평균보다는 물가가 높을 테지만, 그렇다해도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칠레 국경마을 산 페드로 아따까마에서 점심을 먹고, 아따까마 사막에 들렸다. 이곳은 전세계에서 가장 메마른 해안 사막으로 연 강수량이 15mm밖에 되지 않는다. 칼라마 등 사막의 특정 지대에는 수십년 동안 강수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극한 환경이라 식생을 찾기도 쉽지 않은 이곳은 한국에 ‘별에서 온 그녀’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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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구리와 초석의 대량 산지로 한때 볼리비아 영토였으나, 남미 태평양 전쟁(War of the Pacific)에서 페루-볼리비아 연합군이 칠레군에 패하며 칠레 영토로 귀속되었다. 이로 인해 볼리비아는 내륙국이 되었지만, 해군의 명맥은 남아 티티타카 호수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태평양전생으로 칠레가 초석광산을 얻게 되었지만, 그 이득은 모두 영국인이 챙겼다는 것이 칠레 역사 학계의 일반적인 평가라고 한다. 전시에 채권을 헐값에 사들여, 전후 초석광산을 손쉽게 인수했다는 것이다. 불안정한 정치상황과 저개발 상황 속에서, 서구 열강에 의해 남미 열국의 이권이 침탈당한 사례 중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서양 자본가들 밑에서 실제 초석채굴 노역은 칠레인이 담당했다. 열악한 노동조건은 시위로 이어졌고, 정부는 서양 자본가들 편에 서 시위대에 무차별 진압을 한 사건은 칠레인들에게 큰 상처로 남아있다. 남미의 뿌리 깊은 반미·반서방·반신자유주의 정서의 태동은 서양의 착취의 역사에서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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