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성애(性愛) 또는 동물애호증(Zoophilia)은 이상 성애로 성도착증의 하나이다. 동물과의 성행위는 수간(獸姦)이라고 하고 이를 편집증적으로 영위하는 것이 주필리아인데, 한 연구에 따르면 인구의 2%가량이 여기에 해당한단다. 킨제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 비율보다 높게 나온다. 1973년 낸시 프라이데이(Nancy Friday)는 <My Secret Garden ; Women Sexual Fantasies>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그 책에서 그녀는 여성들의 약 190가지 성적 환상을 묘사했는데, 이 중 23가지 환상에는 동물과의 성행위가 포함되어 있다. 이 결과는 작가의 의견이나 창작이 아니고, 여성들의 자발적인 공모에 따른 각자의 환상을 조사하여 모은 것이다. WA Alvare와 JP Freinhar의 연구에 따르면, 정신병원에 입원한 사람들은 정상 인구에 비해 동물성애의 유병률(55%)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다(실제 성적 접촉 45%, 성적 환상 30%, 대조군 10%, 병원 직원 15%). 동물과의 섹스에 대한 성적 환상은 현실에서 동물과의 교미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나타난다. Meredith L. Chivers와 J. Michael Bailey의 연구에 따르면 보노보의 교미 장면이 나오는 영화를 시청한 여성은 그러한 성적 자극 장면이 없는 영화를 시청한 여성보다 질 반응이 더 컸다고 한다. 동물성애는 많은 집단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것은 백인, 흑인, 아시아인, 모르몬교, 아미쉬교, 가톨릭교, 무신론자, 이교도, 유대교, 남성과 여성 등 어디서든 발생한다.
<프랑수아 부셰 : Leda et le Cygne>
이러한 동물성애 행위는 역사적으로 오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의 상상력에 의하여 창조된 것이긴 하지만 그리스 신화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이 현상과 결부되어진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아름다운 여인이나 님프를 유혹하기 위해 제우스는 독수리, 황소, 백조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변장하여 등장한다. 신화가 아니더라도 역사적 유물에도 이런 흔적은 많다. 이런 형태의 동굴 벽화는 청동기 시대의 것은 스웨덴에 있고, 철기시대의 것은 이탈리아에 있다. 인도 북부 카주라호(Khajuraho)의 락슈마나(Lakshmana) 사원의 조각상은 말과 사람이 교미를 하는 모양이다. 이 사원은 서기 950~1000년경 찬델라(Chandella) 왕조에 지어졌다. 인도는 힌두교나 자이나교의 영향으로 이런 것이 성행되었지만, 기독교 지역은 성경의 영향으로 공개적으로는 유행하지 않았다. 성경에서 수간(獸姦)은 사형에 처하는 범죄로 묘사되어 있다. 그래도 인간은 이런 규제를 교묘하게 피하여 수간을 연상하게 하는 예술 작품을 다양하게 창조해 놓았다.
< 나폴리 고고학박물관 소장 : 조각상>
<인도 락슈마나 사원의 조각>
<아랍의 벽화>
르네상스시기에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가 <백조와 레다>를 완성한 이래 많은 화가들이 백조와 레다에 관한 다양한 그림을 그렸다. 다빈치는 레다가 풍만한 몸으로 서있고 옆에 백조를 안고 있는 모습인데 반해 미켈란젤로(Michelangelo)는 레다가 비스듬히 누워서 백조를 다리 사이에 끼고 마치 교미를 하는 자세로 그렸다. 바로 수간(獸姦)을 연상시키는 구도이다. 이 보다 더 먼저 더 적나라한 조각상이 있다. 이탈리아 나폴리의 국립고고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기원전 1~2세기경의 조각상은 염소(양 ?)과 교미를 하는 것이 있다. 아랍에도 말과 교접을 하는 벽화가 있다. 일본의 17세기 우키요에(浮世繪)에도 이런 것이 등장한다. 우키요에의 거장이며 만화의 아버지인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齊)의 작품 <문어와 해녀>는 두 마리의 문어가 한 여인을 공략하는 것이다.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앙리 아브릴(Edouard Henri Avril, 1843~1928)은 폴 아브릴(Paul Avril)이라는 예명(藝名)으로 주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춘화(春畫)를 남겼다. 그는 판화의 밑그림으로 염소와 교미하는 그림도 그렸다. 무엇보다 미켈란젤로 이래로 서양화가들은 수백 년간 수간(獸姦)은 아니지만 제우스 신을 빙자하여 아름다운 여인과 백조, 황소 등을 등장시켜 상상력을 발동시켰다. 그중에서도 프랑수아 부셰(Francois Boucher)의 <Leda et le Cygne(레다와 백조)>가 단연 압권으로 보인다. 레다는 숫제 날 잡아 잡숴라는 포즈이다. 가슴은 다 드러내고, 치마를 모두 걷어 올린 채로 가랑이를 벌리고 중요한 부위를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다. 제우스라는 백조는 마치 무슨 먹이를 찾는 배곯은 오리처럼 백조의 우아함도 던져버리고 그녀의 그곳을 빠꼼히 들여다보면서 기회를 노리고 있다. 정말 대담한 구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