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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Aug 17. 2024

라벤더 향기 29

결국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도 모르게 휴대폰을 찾아 손을 휘저었다.

언제나 침대 머리맡에 놓아둔 휴대폰이 잡히지 않았다.

화들짝 놀란 여울이 일어나 앉았다.

 <그래. 집이 아니었지.>

무릎을 세우고 얼굴을 파묻었다.

아까 힘없이 바지자락을 끌며 스쳐 지나가던 아빠와 아파트 공동현관 앞에 주저앉은 오빠가 겹쳐 보였다.

느닷없이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내젓고 여기에 다시 오기 전으로 되돌려보았다.

 불편한 마음에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냉장고 문을 열었고 생수병이 아닌 그  초록색병을 집어 들었다.

오빠를 매몰차게 내몰고 빈 속으로 반 병쯤 마셨고

또다시 라벤더 향기에 이끌려 이 성으로 와버렸다.



 소영의 출산 소식으로 앞으로 좋은 일도 생길 것 같은 두근거림은 잘못된 짐작이었다.

결국,  여울의 앞에 놓인 짐을 치워야 하는 것일까.

아파트 공동현관 앞에서 멍하니 여울의 뒷모습을 보다가 돌아섰을 오빠가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층고가 높은 방 안에 가득 찼다.

그리고 철커덕 소리가 이어지고 삐거덕 문이 열렸다.

 "성주님께서 찾으십니다."

안내인은 여울을 거실로 안내했다.

이제는 문만 열어주면 혼자서도 충분히 찾아갈 수 있는 곳을 슬리퍼를 질질 끌며 따라갔다.



 "모셔 왔습니다."

안내인의 말에 이어 여울이 거실 안으로 들어섰다.

등받이가 높은 소파에 푹 기대어 앉은 성주가 몸을 일으켜 앉았다.

 "돌아가야 하는 이유를 찾았는가?"

여울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성주를 삐딱하게 보며 말했다.

 "내키지는 않은 데 가야겠네요."

성주는 피식 웃으며 찻잔에 차를 따랐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lite>




 징징징!

휴대폰이 울다 멈추다 여러 번 이어지고 있었다.

라벤데 향이 열린 커튼 사이로 빠져나가 희미해질 무렵, 겨우 손을 휘저어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수술 잘 끝났다. 재훈이 이제 살았다. 고맙다. 여울아."

 "다행이네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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