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비가을바람 Aug 04. 2024

라벤더 향기 26

알록달록 김치

 "그대의 선택으로 여기에 있는 것이네. 그래서 선택은 신중해야 하네. 한 번의 선택이 많은 것을 바꾸어 놓고 되돌릴 수 없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주님은 그 선택에 대한 기회를 한번 더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래서 이미 선택한 것을 번복하려고 나를 찾지."

남자는 성주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남자를 바라보며 성주는 찻잔을 들어 내밀었다.

 "들게. 그대의 선택을 한번 더 시험 보겠네. 이미 선택한 길이 그대에게 더 평안을 줄 수 있는데 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드는 이유가 무엇인가?"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제 아내와 제 딸을 지켜야 합니다. 잠시, 아주 잠깐 차라리 놓으면 어떨까 하는 하찮은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보고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고 싶었습니다. 간절히 바랍니다. 기회를 한번 더 주십시오."

 "드시게."

성주는 남자에게 차를 했다.

그리고 남자는 천천히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입가에 닿기 전에 콧속으로 들어온 라벤더 향기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돌아 남자의 몸을 스르르 옆으로 눕혔다.

 "이 선택이 그대의 진정한 선택이기를 바라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lite>




 "이거 가져가요."

아내가 눈치를 보며 집을 나서는 남편에게 쇼핑백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뭔데?"

 "아직 매운 김치는 못 먹을 거예요. 어머님이 솜씨는 좋으신데 간이 좀 세서.."

남편은 쇼핑백 안을 들여다보았다.

김치통 같은데 작은 통 세 개를 꽁꽁 싸매서 도대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고마워요. 갔다 올게요."

 "네."

아내는 자신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어 인사하고 나가는 남편의 발자국이 멀어질 때까지 서 있었다.



 "할머니, 아빠 왔어?"

 "아직. 조금 있다가 도착한다고 전화 왔네."

 "진짜요? 정말 아빠가 와요?".

 "그래."

할머니는 큰 걱정 하나를 내려놓은 듯 여울을 바라보았다.



 아빠는 전화하고 한 시간 후쯤 도착했다.

여울에게 잘 어울리는 보라색 원피스를 생일 선물로 가져왔다.

하지안 여울은 늦은 저녁  밥상 위에 올라온 알록달록 김치에 두 눈과 마음을 빼앗겼다.

여러 색의 파프리카와 무, 당근, 양파를 예쁜 네모로 흰 물김치 안에 가득 색색으로 반짝였다.

 "엄마가, 여울이 엄마가 가져가라고 해서요."

아빠는 여울에게 말하다가 할머니를 돌아보며 말했다.

 "진짜 예쁘다."

여울은 반짝이는 눈으로 숟가락을 들어 주황색 네모를 떠서 입에 넣고 오물오물 먹었다.

아삭아삭 소리에 할머니와 아빠도 숟가락을 알록달록 김치로 향했다.




계속..





이전 25화 라벤더 향기 2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