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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Aug 03. 2024

라벤더 향기 25

아빠의 눈물

 "데려 왔습니다."

 "안내하게."

한 남자가 구부정한 어깨를 제대로 펴지 못하고 기운이 다 한 사람처럼 안으로 들어왔다.

남자는 등받이가 높은 안락의자에 앉아있는 성주의 얼굴도 쳐다보지 못하고 어쩔 줄 라했다.

 "이쪽으로 오시게."

성주는 자신과 가까이 있는 소파로 남자를 이끌고 찻잔에 차를 따랐다.

은은한 라벤더 향이 남자의 코끝으로 들어왔다.

순간, 남자는 무언가 생각난 것처럼 성주 앞에 무릎을 꿇었다.

 "돌아가야 합니다. 제발 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몇 번이나 울먹이여 애원하는 남자를 가만히 보고 있던 성주가 앞으로 몸을 숙여 남자의 눈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여기에 오고 싶어서 애원한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는 제가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모두 팽개쳐버리고 싶었습니다. 제발 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여기에 오는 자들은 항상 그렇게 말하지. 애원하고 또 애원해서 보내주면 또다시 돌아오지."

 "아닙니다. 저는 절대로 다시 오지 않겠습니다. 아니 다시는 여기에 올 수 없습니다."



 "딸아이가 기다립니다. 오늘이 아이 생일입니다."

 "아빠를 기다리는 아이의 생일에 이런 일을 벌인 것인가?"

 "정말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그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남자는 말을 다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여기에 오는 자들이 항상 하는 말이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그 선택, 역시 그대가 한 것이네. 이제 와서 그 선택을 번복할 것인가?"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lite>






 아침 일찍부터 바빴다.

회사에는 미리 연가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아내한테는 아직 말하지 못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내 역시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말하기가 어려웠다.

여울에게는 가장 기다리는 날이지만 아내한테는 기억에서도 지우고 싶은 날이기 때문이다.

 "내 모든 일상 중에서 이 날만 영원히 다시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난주에도 밤새 뒤척이던 아내가 새벽에 침대 끝에 앉아 피곤해 지쳐 겨우 잠든 남편을 향해 낮게 조렸다.

너무나도 작은 소리였지만 남편의 등줄기에 날카로운 소리로 박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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