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잎에 쓴 편지
노란 은행잎이 비로 내리던 날
마주 보고 오던 시선을 피해
눈앞에 놓인 징검다리를
하나 남겨놓고 발을 헛디뎠어요.
다가갈 수 없다면
뒤로 물러서야 하지만
붙잡지 못한 마음이 스쳐
저 앞 흐려진 그림자에 꽂혔어요.
심장을 뚫지 못한 화살은
깃털마저 뿔뿔이 흩어져
민들레 홀씨처럼
흔적을 날려 보냈어요.
문 밖에 내놓은 마음이
시린 가을바람에 오들오들 떨다가
성큼성큼 걸어 들어와
문을 잠가버렸어요.
<대문 사진 출처/Pixabay l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