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停電)

폭우의 뒤끝

by 봄비가을바람


정전(停電)



전기가 집을 나갔습니다.

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냉장고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냉동실에서 냉장실에서 속 깊이 품은

눈물을 토해냈습니다.

컴퓨터가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어제 밤늦게까지 수다를 떨다가

한순간에 돌아섰습니다.

에어컨은 오히려 따뜻해졌습니다.

언제나 새침하게 싸늘하더니

마음이 푸근해졌습니다.

타닥타닥 현관문이 힘이 하나도 없이

열립니다.

엘리베이터가 쉬고 싶답니다.

아침에도 같이 재잘재잘 위아래로

왔다 갔다 신나었는데

이제 와서 모른 척합니다.

창문 넘어 밖에 별이 보이겠습니다.

아파트 불빛 재우고

하나둘 나들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오늘 같은 여름밤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눈도 마음도 별빛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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