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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내어 못 한 말 하나
21화
긴 머리를 자르고..
마음 먹기
by
봄비가을바람
Jun 11. 2022
긴 머리를 자르고..
날씨도 더워지고 바쁜 아침 시간을 아끼려고 길어진 머리를 잘랐다.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짧게 자른 머리이다.
"잘 어울리네요."
"예뻐요."
"어려 보여요."
"귀여워요."
전에는 머리를 자르는
이유가.
시험 못 봐서.
시험 잘 보려고.
뭔가를 결심하려고.
나를 눈부시게 한 아이를 끊어내려고.
이유도 가지가지였다.
그러고 보니 머리가 길 시간이 없었다.
스무 살 대학생이 되어서 어깨까지 찰랑거리는 머리를 반머리로 묶거나 머리핀을 꽂고 다녔다.
파마도 대학 1학년 때 처음 해 봤다.
나 스스로가 어색해서
한 달도 안 되어 풀어 버렸다.
"으이구, 얼마 못 갈 거
그리
한다했나?"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에 엄마를 졸라서 해 놓고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어색했다.
20대에도 늘 단발이나 짧은 커트 머리였다.
머리가 짧으면 영락없이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20대 후반에도 반말을 들었다.
"여기 은행이 어디 있니?"
"시장이 어디야?"
나는 초등학생한테도 반말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 것이
그때부터였
다.
물론 반말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서 듣는 반말이 아이든 어른이든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그래서 반말을 듣지 않기 위해 3년을 길러 본 적도 있다.
머리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는 게 아닌가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인상이나 이미지를 결정하는 것 중 하나에 머리 스타일도 포함된다.
자신뿐만 아니라 남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자신감 또한 오르락내리락한다.
30대가 되어서는 1~ 2년 기르고 자른 다음에 또 1~2년을 길렀다.
그런데 이번에는 1년이 채 안 되어 머리를 잘랐다.
뭔가 결심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험 볼 일도 없다.
자르고 나서도 듣는 말이 다르지는 않다.
"잘 어울리네요."
"어려 보여요."
그 말이 마치 듣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도록 기분이 썩 괜찮다.
나이에 민감해진 때가 된 것일 게다.
머리를 자르는 이유도 머리하고 듣는 말에 대한 나의 감상도 달라졌다.
시간이 주는 여유인지 나이를 실감하는 서글픔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머리로 화풀이, 분풀이하던 그때의 나는 아니다.
어쩌면 돌아갈 수 없는 그때가 그리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는 머리가 짧아도 더 이상 반말을 하는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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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차 한국어 선생님이며, 등단 시인입니다.. <시간보다 느린 망각>시산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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