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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Jun 14. 2022

스물두 살 4월 한라산에 올랐다.

첫 한라산 등산


스물두 살 4월

한라산에 올랐다.



파릇파릇 어린 새싹 같은 마음은

저 혼자 신나 길인지 아닌 지

분간하지도 않고

앞으로 앞으로 앞섰다.

비 온 뒤 길이 바뀐 계곡을 지나

축축한 나무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고

나무 그늘을 헤치고

햇살이 사선을 그었다.

뒤돌아 웃음소리 얼마나 쫓나

돌아보고 돌아보고

앞서는 마음은 자꾸 옷깃을 잡아당겼다.

순식간에 안개가 덮쳐

앞으로도 뒤로도 못 가겠다.

잠시 숨 멈추고 눈앞 희뿌연 김을 후 불고

눈 딱 감고 앞서는 내 발자국만 따랐다.

넘어질 듯 기어오르고 올라

한라산 꼭대기 백록담을 내려다보았다.

역시 4월은 잔인하다.

눈 녹인 물도 메마르고

차마 흘리지 못한 눈물도 마르고

마음속 야호 소리도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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